한국일보

칼럼/ 공영주차장 사태와 한인사회 현주소

2010-04-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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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동안 시끄러웠던 플러싱 한인타운의 실상을 보면 큰 손에 송사리들이 맥을 못추는 그런 형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 우리는 무슨 힘으로 버텨내나? 이런 생각을 왜 우리는 평소 깊게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내왔나 하는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다.한인들은 아무리 잘나도 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소수 민족이다. 이런 곳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은 오로지 결집된 힘과 전략이라는 사실을 이번 플러싱의 공영주차장 개발건을 보면서 절감하게 된다. 한인들의 이민정착지인 플러싱 타운에 새로 등장한 중국계 커뮤니티의 세력 형성과 이 지역 개발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이 두터운 장벽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까?

오랫동안 땀과 노력으로 형성한 한인들의 이민정거장을 이제 남의 손에 빼앗기는 느낌이 드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번에 대두된 공영주차장 개발건과 관련, 우왕좌왕했던 한인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의 현주소를 또 한번 뼈아프게 느끼게 된다. 한인들의 터전인 플러싱은 맨하탄과 연결돼 있는 7번 전철의 종착지로 주거지와 상권이 복합된 아주 좋은 요충지다. 그런데 이런 지역을 우리가 침식을 당한 것은 한인들이 터전을 개발 확대하려는 생각보다는 오로지 현실에만 안주해온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플러싱을 지난 몇 년동안 거의 잠식하다시피한 중국계는 전통적으로 땅에 대한 욕심이 많아선지 그들은 우리가 잠자고 있을 때 소리없이 이 지역에 들어와 건물이건, 집이건 닥치는대로 부동산을 매입했다. 거기다 홍콩에서 밀려든 대자본까지 가세하면서 우리의 터전인 플러싱 타운은 이제 이들에게 거의 다 넘겨주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 때 한인커뮤니티는 무얼 하였나. 이 광경을 실감하면서도 어느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한인커뮤니티에는 알게 모르게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공부한 지식인들도 적지않다. 문제는 이들이 나서 한인커뮤니티의 현실을 타개해 나가려고 하는 희생과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한인 커뮤니티는 구성원의 힘을 하나로 모을 만한 리더
쉽이 부재한 것이 문제다. 공동체를 위해 부와 지식을 함께 나누려거나 베풀려고 하는 의식이 없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좋은 동네에 들어가 좋은 집 사서 조용히 숨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결속력이 없는 커뮤니티나 민족은 밀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잘 쌓은 탑이라고 할지라도 오래
버텨내기가 힘들다. 플러싱 공영주차장 개발을 둘러싼 최근의 전개된 상황이 이런 논리를 대변한다. 누군가 리더십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나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대안을 세우고 합리적인 논의를 해야 커뮤니티가 발전하고 지역이 개발되고 상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플러싱 공영주차장 개발만 하더라도 이 안건은 한인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생계수단이 걸려있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사활이 걸려있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커뮤니티의 리더들이나 지역내 한인상인들은 무엇을 하였나. 왜 꼭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우왕좌왕 야단들인가.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돼온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든지 이 사안을 놓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중지를 모을 시간이 있었다.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될 때부터 지역 커뮤니티 보드에 우리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수 있었다. 그동안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다가 이미 끝난 게임을 놓고 우리가 허공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건 아닌지...

플러싱 공영주차장 개발에 얽힌 그동안의 과정이나 결과는 이민사회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플러싱 문제를 보면서 한인사회의 결속력과 리더십의 필요성에 절감하는 것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당장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력 신장, 인구센서스 참여에서 보여지는 결과들은 우리가 좀 더 하나로 힘을 모으는 그런 노력을 커뮤니티 차원에서 더 적극 해나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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