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벚꽃구경

2010-04-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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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김(프린스턴)

워싱턴 벚꽃 구경을 다녀왔다. 스미스 소니언, 백악관, 국회의사당, 우리 식구가 가장 좋아하는 링컨 메모리얼, 언제나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으로 마음 아파하며 들렸던 한국전 기념공원, 알링톤 국립묘지. 워싱턴 대통령의 생가, 그 외에도 주변의 많은 볼거리를 찾아 정말 많이 다녔던 곳이다.
작년에 은퇴 기념으로 고국방문을 했을 때 때마침 벚꽃 철을 만나 가는 곳곳마다 벚꽃을 만나고 또 만났다.

섬진강 하류에서 쌍계사와 화계장터까지 장관으로 만개한 벚꽃과 인산인해 속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서울을 향해 가는 중에 온천과 유적지며 유명한 한정식 식당을 섬렵하며 이동하는 중에 길가에 혹은 건너 마을에 먼 산에 학교 교정에 온 산천초목에 더러는 많이 혹은 몇그루씩 벚꽃이 없는 곳이 없고 이러다간 대한민국 온 강산이 벚꽃 숲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서울의 남한산성에서 늙고 아름다운 노송과 기와한옥과 새로 복원된 성 주변에 벚꽃이 한그루도 없어서 식상한 마음에 쉼을 얻을 수 있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 번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한국일보 레저란에 독도와 벚꽃은 우리 것이란 문구를 읽고 반가움에 눈여겨 보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이미 빼앗긴 일본의 꽃이 아닌가. 한일합방도 역사의 뒤안길로 멀어져 가는 때에 한국에 피고 지는 벚꽃이 무슨 죄인가. 그저 아름답기만 한 데 그래도 어쩐지 승자의 마을 워싱턴 심장부에 핀 벚꽃을 보는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나 혼자만의 옹졸한 마음 탓인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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