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이너리티의 성공이다

2010-04-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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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며 공화당의 권위에 도전한 흑인출신의 무명 정치인 오바마가 대권을 잡은지 일년만에 미국정치사의 한획을 긋게 되었다. 지난 100년동안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에도 해법을 찾지못하고 지지부진하던 전국민을 대상으로한 건강보험제도 개혁을 오바마가 그의 첫번째 정책수행과정에서 일궈낸 것이다. 오바마는 이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이어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성공적 개혁을 이끈 3대 대통령중의 하나가 되었다.

처음 1912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선거에서 전국민 건강보험 혜택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보편적 건강보험 문제는 미국정치무대의 핵심이슈가 되었다. 대공황의 타개를 위해 뉴딜정책을 시행한 프랭클린 루즈밸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재차 검토했으나 사회주의 성향이 짙은 정책이라는 여론의 반격으로 중도에서 포기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때 다시 힐러리 클린턴이 퍼스트 레이디라는 정치적 배경을 등에 업고 의욕적으로 달려들며 이 문제를 관장했지만 참담한 실패에 그쳤다. 더욱이 1993년 클린턴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작업이 실패한 후 다음해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 하원의 주도권을 모두 공화당에 내주고 임기말까지 공화당 주도의 의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전반적인 행정능력에 악재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정치적 위험부담에도 불구하 다시금 도전한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건강보험 개혁은 더이상 미룰수 없는 국정과제라는 절박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미국의 의료비 부담은 월등히 높은데도 국민 평균 기대수명은 세계41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일례로 2006년 미국의 임금수준은 2000년에 비해 25%나 상승했다. 그러나 대부분 비싼 건강보험료를 지급하며 실질임금은 감소되었다.


중간에 보험회사들만이 막대한 이윤을 챙기며 보험료 대부분이 누수되어 실질적인 보험혜택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다. 오바마는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는 연방정부의 재정을 계속 악화시키고 경제회복도 요원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상,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여 정치적으로 밀어붙였을 경우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정치환경이 조성되었다. 상원에서 야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전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슈퍼 60석까지 확보함으로써 더없이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이로써 오바마의 추진력과 개혁의 이미지도 현실정치무대에서 능력으로 입증됨으로써 앞으로의 정책수행과정에도 탄력을 받게 되었다. 특히 보험사들이 착복한 거대 자금들이 사회에서 융통될 경우 경제회복의 밑거름이 될 뿐 아니라 경기부양책으로 추진하는 주택정책들과 시너지효과를 낼 경우 국내경제회생이 멀지 않았음을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이제 고용창출을 위한 대책과 금융규제법안, 이민법 개정, 기후변화관련 법안 등 그동안 미뤄 놓았던 이슈들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것이다. 만일 경제회복의 최대복안으로 고용창출에 중점을 둘 경우 수출확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수출증대를 위해 FTA비준이 한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세계평화와 안전에 중점을 둔 오바마정부의 외교정책도 서서히 가동될 것이다. 오바마가 그토록 주창했던 세계 비핵화문제도 이라크전의 종결과 북핵문제의 해결 등으로 궤도에 오를 것이다. 결국 국내경제 회생을 바탕으로 외교정책에도 성공할 경우 오바마는 그동안 부시행정부가 추락시킨 미국의 위상을 다시금 탄탄한 반석으로 올려놓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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