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기를 꿈꾸며

2010-04-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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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세금보고 시즌이라 늘 그렇듯저녁 시간 때도 식당들이 썰렁하다. 지난 해 혹독한 불경기를 치루느라 따로 세금용으로 비축해 놓은 돈이 없어 그나마 얄팍한 계좌에서 쪼개고 또 쪼갠다.

피해갈 수 없는 납세의 의무가 요즘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모자이크 맞추듯 모든 페이먼트를 미니멈으로 보낸다.

다음 달엔 좀 나아지려나 하는 또 다른 희망을 조금씩 품으며 잠시 한시름 놓는다.

쓰는 만큼 갚지 못하고 다달이 조금씩 쌓여간 크레딧 카드도 이젠 한도액에 가깝다.

몇 달에 걸친 융자조정도 쉽지 않아 밀린 모게지를 목돈으로 내든지 집을 던지든지 바로 선택해야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빵빵하게 잘 나가는 사람 하나 없다.

아니 내색을 하지 않아 모두 어려워 보인다.

호경기 때 투자해 놓은 땅과 건물이 고스란히 묶였다.


상업용 건물 잘 팔아 생긴 이익을 챙기려다 세금이 너무 많아 1031 exchange로 돌렸는데 지금은 그 가치가 바닥이다.

한참 모이기만 하면 부동산 얘기로 꽃 피우던 때가 언제였는지 아득하다.

당장 매매를 안 해도 매일같이 오르는 집값으로 인해 잠시 뿌듯해지던 여유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부동산은 타이밍이라고 회복되기 까지 길고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지긋지긋한 학벌과 배경이 출세의 지름길이 되는 관습에 질려 좀 더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려 이민생활을 시작한 분들이 많다.

학벌에 구애 안 받고 “콩 심은데 콩 나는” 모든 게 평준화가 되는 미국에서 그나마 소시민의 행복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세탁소 일을 오래 했던 한 고객이 우연한 기회에 다운 페이먼트 조차 빌려가며 어렵게 집을 장만했다가 호경기 때 팔아 이익을 많이 남겼다.

그 분은 어릴 때부터 힘들게 살다가 처음으로 운 좋게 목돈을 만지게 되자 사업을 정리하고 투자 쪽으로 방향을 돌려 군데군데 많이 벌려 놓았다.

갑작스레 바뀐 윤택한 생활을 누린 건 잠시이고 그동안 못해봤던 새로운 세계에 발 담그며 가정을 등한시 했다.

그렇게 열망했던 경제적인 여유로움을 힘든 세월 겪은 가족과 함께 누리지 못하고 이기적인 생활을 하다 급기야 가정까지 정리하게 됐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적당히 누리면서 살아야 하는데 너무 앞만 보고 살다가 순간 달라진 환경에 사람이 변하면서 그간 그를 둘러싼 작은 행복이 순간에 날아
가 버린 것이다.

삶의 의미가 없어져 방황하는데 보다 못한 아내가 다시 그를 붙들었다.

잃고 나면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했는지 늘 불만 없이 지켜 준 아내에 대한 고
마움이 곱으로 느껴져 이제 다시 작으나마 예전에 했던 일을 다시 하려 준비 중이다.

“이렇게 소중한 것을 왜 그땐 미처 몰랐는지 모르겠다.”며 지나치게 물질적인 풍요에만 기준을 둔 자신을 힐책했다.

좋은 꿈꾸면 달팽이 줄 서가며장만하는 로또 당첨자들의 불행한 인생이 자주 화제에 오른다.

차라리 그 대박이 아니었으면 소박한 삶 속에서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누리지 못하는 행운은 더 큰 불행을 안겨다 준다.

힘겨울수록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되새기면서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기꺼이 오늘 하루를 반갑게 맞는다.

최선을 다하는 하루 속에 재기에 성공하는 또 다른 자화상을 기대해 본다.

실패 후에 더 큰 성공을 거둔 일례가 오늘 우리를 담대하게 한다.


(562)304-3993 카니 정 /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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