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의식의 장애

2010-04-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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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우리는 보통 장애하면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를 생각한다. 이 두 가지 모두 나타나는 현상만으로도 장애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 가운데도 표면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즉 생각의 장애, 혹은 의식의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말함이다.이들의 장애는 가장 도움받기가 힘든 장애, 치유가 쉽지않을 만큼 깊숙이 숨어있는 장애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자신이 이러한 장애가 있는 줄도 모르고 한쪽에 치우친 생각이나 시각이 나의 그림이라는 자체조차 모른 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장애가 다른 일반적 장애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도리어 이러한 편견이나 시각이 사
회적인 통념이 돼버리고 마는 것이 문제이다.

영국의 스티븐 코비가 오래 전에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의 잘못된 편견이나 편중된 인식에 관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는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통해 그는 사람들의 의식속에 잠시라도 형성된 사고는 웬만해선 바꾸어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이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젊은 여자의 그림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의 그룹에게는 늙은 여자의 얼굴을 10초만 보여주고 나서 이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두개의 그림을 합성시킨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사진에서 젊은 여자만 본 그룹은 모두 다 젊은 여자의 모습만 보게 되고, 늙은 여자를 본 그룹은 모두가 단번에 늙은 여자의 모습만 보는 형태가 기본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더라는 것. 이들은 이미 경험에 의해서 방금 전에 자기가 본 그림만을 그 합성된 그림에서 찾아내더라는 것이다. 이들 학생들은 모두 아니다, 맞다 설왕설래 하면서 계속 토론하였는데 결국 그 그림을 어디다
초점을 맞추어야 두 그림을 다 볼 수 있는지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이미 그림을 본 학생들의 머리 속에는 시간이 아무리 짧았어도 이미 본 그 형태의 그림만이 그려져 있어 그 속에 다른 그림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어떤 형태로 무엇을 경험하거나 느끼거나 보고나 듣거나 배우거나 하면 머리 속에 자동적으로 의식의 형태가 잡혀진다는 것. 그리고 그 한번 잡혀진 모양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가를...


스티븐 코비가 이를 테스트한 이유는 사람의 생각, 어떤 개념이나 의식, 관념이 한번 머리 속에 그려지면 바꾸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기 위함에서였다. 이 바꾸기 힘든 상태, 보지 못하는 상태, 설명을 들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 눈에 보여도 이해가 안되는 상태, 이런 것들이 어떤 사고의 불기능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물체는 분명히 두 개인데 두 개가 다 보이는 사람은 실제로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은 옛날에 보고 또 보고 해도 못보고 다른 쪽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사고의 편중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나게 하는 사례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로 받아들이거나 판단하는 것은 분명 그 생각에 장애가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판하는 것도 모자라 싸우고 편을 가르고 하는 것들이 다 이 생각의 장애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이 장애가 있음을 알고 자기의 잘못된 의식이나 사고를 깨뜨려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내 교회만 와야 구원받고 다른 교회는 구원 못받는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는 그릇된 사고, 나는 맞고 너는 틀린다고 하는 잘못된 생각, 이런 것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 단체가 갈라지고 통합이 안되는 이유 등이 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의 장애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의식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인식하는 자만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우리가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가져야 겠지만 내 생각의 장애는 정말 없는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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