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이사이드 고등학교의 한국어 반 개설

2010-04-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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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베이사이드고 한국어 교사)

퀸즈 26학군에 위치해 있는 베이사이드 고등학교에서는 2010년 가을 학기부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반’을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반이 개설될 경우, 외국인이나 한인 2세들이 등록을 하여 기초부터 차근차근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반의 개설 여부는 전적으로 이 반에 등록하는 학생들의 숫자에 달려 있다. 즉, 등록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충분할 경우에만 반이 개설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개의 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명 이상의 등록 희망 학생들이 서명을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100명 정도가 등록을 희망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실제 등록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숫자는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어 반에 등록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많다는 사실을 학교 당국에 알리기 위하여 현재 한국어 교사, 몇몇 학생들, 그리고 한국 학부모님들이 열심히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서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서명을 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
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자녀들이 한국어 반에 등록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선 아이들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가정에서 언어장벽으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한국어라는 공통분모가 없는 가정에서는 부모님은 부모님 대로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서로 대화를 할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좌절감은 자연히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를 멀어지게까지 한다. 자녀가 한국어를 말하고 읽고 쓰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러한 좌절감은 해소될 수 있다.


한국어 반에서 배우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학습은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뿌리를 확고히 심어주어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또한 부모님이 아이들의 한국어 학습에 숙제 도움 등을 통하여 관여를 하게 됨에 따라, 자칫 부모님은 돈으로밖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능력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하여 한국어 학습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눈에 띄게 개선시켜 줄 것이다. 한국어 반에 등록하는 것은 자녀들의 성공적인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진학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한국어 과목에서 받는 높은 점수로 전체 평균점수를 올리고, 한국어 리전트 시험으로 외국어 리전트 시험을 대체할 수 있다. 설령 아이가 다른 외국어 리전트 시험을 통과하였더라도 한국어 리전트 시험을 덤으로 통과한다면, 대학 입학 신청 시 한층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또한 한국어 반에서는 SAT II 한국어 시험 공부까지 겸하게 됨에 따라 SAT II 한국어 시험 준비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SAT II 한국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경우, 많은 대학에서는 외국어 과목의 이수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들어가 진로문제로 고민을 하게 되면서, 그제서야 많은 한인 학생들은 한국어 구사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깨닫고 한국어 공부하지못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자녀들을 설득하여 조금이라도 일찍 그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부모님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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