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0-04-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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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미 동북부는 태풍이 휩쓸고 가더니 이번에는 물난리로 홍역을 치렀다. 뉴저지 주의 경우 3월 한 달의 강우량이 10.2인치로 1968년의 11인치에 뒤이은 50년래 최고의 비가 쏟아져 많은 마을이 침수되고 우체부가 물속을 다니며 우편물을 배달하는 인상적인 사진이 보도되었다. 뉴저지는 20세기에 열두 번 대홍수를 겪었으며 최근의 역사로는 2007년에 파사익 강이 넘쳐 5,000명의 수재민과 6억 9,000만 달러의 재산 피해를 냈다. 물은 많아도 걱정이지만 없으면 더 큰 문제이다.

특히 중국의 가뭄은 수십 년 동안 동북아시아 전 지역을 괴롭히고 있다. 한국의 중대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황사도 내몽고와 중국 북부의 가뭄이 원인이다. 파키스탄도 이라크도 아마존 유역도 오랜 가뭄으로 거의 재앙에 가깝다. 세계적으로는 6명 중 1명이 건강에 해로운 식수를 마시고 있으며 매 20초마다 어린 아이 하나가 불결한 식수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2025년에는 18억 명이 필요한 물의 절대 부족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WHO(유엔 세계 보건 국)의 보고이다.
아이티 지진 참사에서 물 문제가 두드러지게 부각되었다. 폐허에 깔려 15일을 견디고 구출된 청년은 마침 화장실에 갇혔기 때문에 물이 있어 생존하였다고 한다. 나디아라는 소녀는 폐허에 갇혀 물의 고마움과 빵을 사 주신 부모의 고마움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하였다. 물도 빵도 평소에는 별로 생각하지도 않는 흔한 것이지만 없으면 바로 생명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지구상의 물 97.3%는 바닷물이며 마실 수 없다. 맑은 물은 2.7%인데 그 대부분이 깊은 땅 속에 있는 지하수여서 사막지대 뿐이 아니라 지구 자체적으로 식수의 절대량이 부족하다. 옛날부터 ‘나라를 다스리려면 물을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물은 전 인류가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이다.


톨스토이는 ‘물과 물고기’라는 우화를 썼다. 어린 물고기들이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항상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늙은 물고기에게 물었다. “우리 주변은 물 뿐인데 어째서 사람들은 물을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늙은 물고기가 대답한다. “우리도 물속에 살고 있으니 물은 생명이다. 우리가 그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지만 물이 없으면 물고기도 인간들도 전멸할 것이다. 만일 이 지구에 생물이 살 수 없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물이 없어질 때일 것이다.” 성경은 그 벽두에 “하나님의 영이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고 기록함으로써 우주 만물의 창조가 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사람도 모태에 있는 9개월간 물속에서 탄생을 준비한다. 신약성경 요한복음은 ‘물과 성령’을 거듭남(重生)의 원동력으로 단정하였고, 예수는 우물에 물 길러 온 한 여인에게 자기 자신을 갈증을 해결하는 ‘생수’로 천명하셨다. 운명 직전에 그리스도는 “내가 목마르다.”고 하였는데 단순히 물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죄인을 생각하는 ‘사랑의 갈증’이었을 것이다.

피의 90%가 물이며 뇌의 80%, 살의 65%, 뼈의 25%가 물이다. 평균 수명을 사는 인간의 물 섭취량은 6,500갤런이나 된다. 물은 체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며, 체온을 조절하고, 비타민과 철분을 운반하며, 배설물들을 퇴출시키고, 피부에 습기를 공급한다. 먹을 것은 없어도 얼마동안 견디지만 물이 없으면 죽는다. 지구 표면의 4분의 3이 바다이다. 기독교의 세례는 물을 머리 위에 놓음으로써 구원의 징표로 삼는다. 요즘의 전쟁은 기름 전쟁이라고 하지만 옛날의 전쟁은 물 전쟁이었다. 오아시스를 확보하는 것이 행복을 약속하는 승리를 뜻하였다. 천국의 비전(환상)이라는 요한 계시록은 물을 그리스도가 인도할 하늘나라의 상징이고 메시아로 말미암은 구원의 확증으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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