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팩 연례총회 참관기

2010-04-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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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신의 조직’이라 불리우는 ‘에이팩’의 2010년도 연례총회(AIPAC Policy Conference)가 지난 3월20일부터 나흘 동안 워싱턴DC에서 열렸다. 7천여 명의 유태계 지도자들이 전 세계로부터 모여들었고 약 3천여 명의 유태계 미국대학생들이 워싱턴에 집결했다. 지난 17일 오바마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계획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간의 관계가 엇갈렸다. 에이팩은 비상상황을 선언하면서 총회를 소집했다.

그동안 에이팩은 3번의 비상상황에 직면했었다. 첫 번째는 1980년 레이건 정부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첨단무기를 대량으로 구입하려고 할 때의 일이었다. 무기를 팔려는 군수산업의 로비와 에이팩의 대결이었다. 100% 방어하지 못한 자책감에 그 이후에 미국의 유태인들이 가장 강하게 결속되었다. 에이팩 지도부가 그때 사우디로 흘러들어가는 무기를 막았더라면 오늘날의 모슬렘 테러리스트들의 발호를 절반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후회하고 있다. 두 번째의 비상상황은 아마드네자르 이란 대통령이 이슬람국가들을 향해서 이스라엘을 제거하자고 핏대를 올리며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 들이면서 핵개발을 선언한 2007년 이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Israel, Tell the Story’이다. 단호한 어조로 명확하게 이스라엘을 이야기하라고 사흘 동안 교육하고 마지막 날에 의회를 향해서 로비를 벌이는 일이다. 참가회원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그리고 2011년도 이스라엘 국방비지원을 180% 증액하는 법안을 상정. 통과시키는 일이었다. 민주당에선 뉴욕출신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과 시카고 출신의 ‘제시 잭슨 주니어’하원 의원을 간판으로 내 세웠고 공화당에선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인디애나 출신의 ‘마이크 펜스’ 하원의원이 나서도록 했다. 위의 두 가지 법안은 이미 초안을 만들었고 대부분의 의원들로부터 동의 서명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네탄야후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간의 관계회복의 순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총회 셋째날 아침 연설자 힐러리 국무장관은 이스라엘과 미국은 ‘한몸통 두나라’라고 하면서도 지금 정착촌 건설은 중동의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싸늘하게 단정 지었다. 총회장의 분위기는 침울했고 냉랭했다. ‘이란’에 주목하자고 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강조했다. 총회의 클라이막스는 8천여 명이 한자리에서 동시에 식사를 하는 만찬자리였다. 네탄야후 총리가 연설했다. 만찬장엔 300여 명의 상. 하 의원들과 백악관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참가를 했고 이스라엘의 내각 거의 전원이 날아왔다. 네탄야후 총리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거의 다섯 번이나 “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 ”‘라고 반복해서 강조하면서 정착촌 건설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확고히 했다.

미국과 모국과의 틀어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 전국의 유대계 지도자들이 만사를 제치고 워싱턴에 모였다. 3천여 명이 대학생이다. 유대인들은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해야 하고 미국의 국제정책도 바꾸어야 하는 엄청난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같은 분쟁지역 출신이지만 한국계 미국인(한인)들은 ‘평화와 인권’이란 인류보편적인 가치만 강조해도 90% 민족성원으로서 임무를 다하게 된다. 관심이면 되겠는데 그것이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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