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만우절의 꿈…

2010-04-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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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 1부 부장대우)

‘대표적 한인 밀집지역인 뉴욕 퀸즈카운티와 뉴저지 버겐카운티가 미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고, 주민 행복지수가 최고 높은 지역에 선정됐다.’

‘…화재가 나면 소방차가 전국에서 가장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지역, 범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든든한 경찰 인력이 충분히 배치돼 있는 곳, 막강한 교육예산 지원으로 공립학교마다 전국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자랑하는 동네, 푸르른 공원이 골목마다 있어 언제든지 가까운 곳에서 편안한 휴식 공간을 찾을 수 있는 곳, 아이들 보육시설과 노인복지서비스가 윤택한 지역, 만족하며 일하는 환경미화원의 수고로 골목골목이 깨끗한 동네, 공립도서관이 주 7일 주민들에게 활짝 문을 열어 놓은 지역, 대중교통 서비스와 도로 시설도 완벽한 곳…’ ‘주민 실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이 모든 혜택에 있어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뉴욕·뉴저지 한인 밀집지역이다.’


이상은 이곳에 사는 한인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꼭 한 번쯤 뉴스로 접하고 싶은 내용이다. 늘어놓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이 뉴스에 중요한 내용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바로 ‘이 모든 일이 가능한 배경에는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들이 100% 모두 연방 인구조사에 참여해 정부예산을 100% 유치한 덕분이다’란 것이다. 더불어 ‘한인들의 완벽한 센서스 참여율이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타인종 지역주민들이 한인을 높이 우러러 보게 됐다’는 내용까지 첨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한층 2010 센서스가 진행 중이다. 아직 퀸즈지역의 센서스 참여율은 30일 기준 시내 5개 보로에서 브루클린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살기 좋은 동네를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동네를 좋은 동네로 만드는 일이 바로 센서스에 참여하는 것이다. 살기 좋은 동네로 가꾸는데 필요한 것은 10분도 걸리지 않는 10문항의 센서스 설문지 작성이다.
모든 주민의 참여로 연간 400억 달러가 넘는 정부예산을 최대한 유치한다면 5개 학급 150명에게 풍물을 가르치는 뉴욕시 공립 동서국제학학교가 악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일도 없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저렴한 가격의 장구를 여러 개 기증하면 됐을 것을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기관에서 인간문화재가 제작했다는 장구 하나 달랑 기증하며 생색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불가능해보여도 간단한 설문지 작성 하나로 실현가능한 꿈으로 만들 수 있는 ‘전국 최고의 행복 도시가 바로 한인 밀집지역’이란 뉴스를 오늘만큼은 진짜인 것처럼 맘껏 즐겨 봐도 좋으리라 믿는다. 곧 실현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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