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과 종교

2010-04-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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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실존주의철학자 하이데커는 “인생은 불안은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죽음을 향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이 70이 넘으면 죽음이 눈앞에 서 있음을 가끔 느끼게 된다. 눈앞에 죽음을 보게 되면 자연 사후(死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당연하다. 기독교인들은 죽으면 천당에 가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겠지만, 어떤 종교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교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 그만큼 천당에 갈 확률이 높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 교회에 자주 나가 교회 일을 보면서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말년을 보낼 것이다. 반면에 “포도주는 예수의 피”이니까 포도주를 많이 마시면 천당에는 꼭 가게끔 돼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포도주를 자주 마시면서 말년을 보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하고 하느님만 믿고 섬기기만 하면 100% 천당에 들어가게끔 되어 있고, 천당에 한번 들어가기만 하면 영원토록 만사형통 할테니까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교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가고, 매일 술 마시고, 담배피고, 그리고 게으름을 피우면서 말년을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인데, 어느 마피아 단원은 사람을 가끔 죽인다. 사람을 죽여 놓고도 어떤 양심의 가책이 없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친구들하고 술을 마시면서 즐기고 있다. 주말이면 교회에 간다. 교회에 가끔 큰돈도 헌금한다. 목사하고 사이가 좋다. 목사는 이 마피아 단원을 보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마피아 단원은, 하느님을 믿고 있고, 교회도 착실히 나가고, 헌금도 많이 내고 있으니 죽으면 분명히 천당에 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계속 사람을 죽일 수만 있으면 죽이면서 말년을 살아갈 것이다.

아무리 하느님을 믿고 섬긴다고 해도, 십계명을 지키지 않고, 이웃을 자기 몸 사랑하듯 사랑하지 않는다면 천당에 결코 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살인이나 도둑질, 간통 같은 나쁜 짓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이웃을 내 몸 사랑하듯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따를 것이다. 집에서는 손자손녀도 돌볼 것이고, 밖에서는 사회봉사활동도 많이 하면서 말년을 지낼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면 천당에서 쫓겨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기독교 신자들은 극히 적을 것이다.

불교인들은 신의 존재를 믿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후의 세계, 생과 사(生死)의 윤회를 믿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인간이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고 말들을 하고 그리고 그렇게들 믿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있지 않다. 어떤 사람은 부자 집에서 건강하게, 총명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 호강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다른 사람들은 아주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고생을 하면서 살고 있다. 왜? 다 전생에서 지은 업(Karma)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생에서 지은 업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업이란, 우리가 지은 행동(身口意)에 대한 과보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또한 새로운 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죽을 때는 우리가 이 생(生)에서 지어놓은 업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좋은 업을 짓기 위해서 불교인들은 5계를 지키면서 살아간다. 오계는,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그리고 술을 마시지 말라” 이다. 후생에 많은 좋은 행운을 가지고 태어나고 싶은가? 천당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는가? 그렇다면 5계를 지키고, 그리고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게으름피우지 말고, 열심히 말년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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