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 바이어가 집을 살 수 없는 101가지 이유

2010-04-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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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많은 한인들이 골프를 즐긴다.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골프 역시 규칙적으로 매일, 하다못해 2, 3일에 한 번씩이라도 반복해야지 근육에 기억이 저장되고 또 점점 향상될 수 있다. 타이거 우즈가 아닌 일반인들은 한 주 동안 일하고 주말에나 골프장을 찾으니 스윙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더불어 지금까지 수 년에 걸친 수 백 번의 게임 끝에 어쩌다 제일 좋았던 본인의 기록만이 본인의 실력으로 사람들은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주말의 골프는 번번이 제대로 된 내 실력이 아닌 것 같다.

골프가 오늘 잘 되지 않는 101가지 이유들이 있다. 지난 밤에 잠을 늦게 자서, 술을 먹어서 또 일주일 동안 너무 바빠서, 연습을 못해서 등이다. 골프는 집중이 중요하다. 아침에 부부 싸움을 해서 혹은 같이 치는 사람이 재수가 없어서 잘 안 되고 있다. 손가락에 상처가 나서, 배가 고파서 혹은 아프거나 설사를 해서 잘 안 된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또 너무 추워서 스윙이 잘 나오지 않고 급기야 왠지 기분이 나빠서 잘 되지 않는다. 이유들이 참 많다.

18세된 아들의 친구가 학교 골프선수다. 셋이서 골프를 치는데 아이들은 밤새워 노느라 잠을 자지 못했지만 엄마와의 약속이라 끌려나왔다. 아들의 친구, 어 얘 봐라, 골프 전동차에서 쪽잠을 자다가 제 차례가 되면 벌떡 일어나 휙휙 날리고 또 다시 꾸벅거리며 조는데, 거침 없는 장타에 정확한 착지에, 점수가 거의 완벽하다. 선수이니 오죽하랴, 그래도 신기하기만 하다. 거의 매일 연습을 하는 선수인 그에게 모자란 잠 정도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핑계는 핑계일 뿐 실제 이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여주는 집마다 싫어하는 내 바이어가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가 어쩌면 그렇게 보는 집마다 서너 개는 있을까? 벌써 2년째 원하는 가격대의 집을 빠짐없이 보고 있다.

“다 마음에 드는데 뒷마당이 좀 작고 큰 길에 있어서 차 소리가 시끄럽네요. 위치도 그만하면 됐고 다 좋은데 이렇게 오래 된 집은 싫어요. 음, 이 집은 그래도 다른 집 보다는 쓸 만한데 길 위쪽이 아니고 아래쪽이네요. 저는 남향집이 좋아요. 구조가 이상하네요? 왜 세탁실이 여기 있죠? 차고에서 부엌으로 연결된 통로는요?”

50~60년 된 집들이 대부분인 동네에서 에이전트를 하다 보니 새 집 동네에 비해 구조도 상태도 엉망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동네가 아닌 새 집 동네로 가면 될 텐데, 안 된다. 그 쪽은 한인타운에서 너무 멀고 학군이 별로다. 아, 네 그러세요.

골프가 잘 안 되는 이유가 100가지도 넘듯이 보여주는 집 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들이 내 바이어에게는 참 골고루 많이 있다. 바이어가 원하는 그런 조건의 집은 있다. 가격이 높다. 가격은 올릴 수 없다. 그러니 결코 집을 살 수 없다. 완벽한 집은 없다. 이래서 저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다만 핑계이다. 또 가격이 올라간다 한들 올라가는 것만큼 또 본인의 눈을 높인다.

이 집이 싫은 이유보다는 좋은 이유를 찾아라. 다 좋은데 이 점이 싫어서가 아니고 뭐 대체로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데 와, 이 집은 고속도로가 가까워서 운전하고 들락날락 하기 너무 좋겠는데요? 위치상 차 소음을 걱정하는 바이어 엄마 옆에서 대학생인 아들이 환호한다. 엄마의 걱정도 사실이나 아이의 긍정적인 반응이 풋풋하고 싱그럽다.

정부에서 주는 세금혜택, 낮은 이자율 그리고 떨어진 집 값 등 바이어들은 지금 집을 사야 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지난 3월25일, 2억달러 규모의 부양금을 바이어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법안에 서명했다. 매매가의 5% 혹은 1만달러 중에서 낮은 액수로, 3년에 걸쳐 크레딧을 받고, 집을 산 후 그 집에서 최소한 2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올해 5월1일 부터 12월31일까지 매매 완료, 12월31일 전까지 계약서에 서명하여 2011년 8월1일까지 에스크로를 닫는 첫 집 바이어에게 해당된다. 바이어는 18세 이상, 현재 셀러와 관계가 있어서는 안 되며 지난 3년 동안 본인의 이름으로 집을 소유한 적이 없는 바이어를 첫 집 바이어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기간에 집을 사면 매매가에서 또 1만달러 깎아서 산다는 뜻이다. 집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본인의 재정 상태에 눈높이를 맞추어, 이 집이 내게 좋은 101가지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당신도 자랑스러운 캘리포니아의 주택소유주가 될 수 있다.


서니 김 / 리맥스 부동산
(818)317-8525 sunnyms@pacbe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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