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인구센서스와 교계의 관심

2010-03-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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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큰일났다. 인구조사국이 이번 센서스 설문에 관한 홍보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한인들의 경우 관심이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전에는 질문지 안에 “원하는 언어를 표기해서 우체통에 넣으세요” 하는 내용이 든 용지가 같이 첨부돼서 한인들이 한국말을 원한다고 표시해 센서스국으로 반송하면 바로 한국어로 된 설문지가 집으로 우송돼와 쉽게 설문지에 답해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건지 우리말로 하기 위해 요청하는 방법이 뚜렷하게 잘 밝혀진 것이 없어 한인들이 설문에 응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지금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이유는 이번 센서스 경우 질문지가 오고 며칠있다 한국어가 필요한 사람은 어디 어디로 전화하세요 하는 내용이 담긴 카드가 오는데 이 크기가 질문용지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오기 때문에 모
두들 이를 무슨 광고전단지로 오인하고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어로 된 설문지를 받으려거나 한국어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어야 되는데 이런 문구가 없기 때문에 올해는 지난 10년 전 보다 더 인구센서스 결과가 미진할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왜 센서스국은 그 엄청난 돈을 투입해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한인인구센서스 추진위원들의 푸념이다. 한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여기 저기 전화걸고 알아보고 야단들을 하고 있는데 정작 센서스국이 고용한 직원들은 그들의 도움이 필요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한인 커뮤니티의 인구조사 결과는 너무나 미흡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제 겨우 그것도 한인밀집지역의 센서스참여율이 평균 응답률에서 10%가 처진다고 하니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인구센서스가 무엇인가? 주민들의 삶의 질과 각 커뮤니티의 발전과 유익을 위해서 정부당국이 기금을 인구수의 비율대로 각 커뮤니티에 배당하기 위해 그 커뮤니티에 분포된 인구수를 조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커뮤니티의 인구비율이 낮다면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권익과 우리에게 주어질 혜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우리가 맨손으로 빠른 기간내에 경제기반을 잡은 자랑스런 민족이고 유서가 깊은 문화와 뿌리를 가진 인종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발전은커녕 더 예전보다 후퇴하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 주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너도 나도 벌떼같이 일어나고 남의 어려움을 보면 발 벗고 나서 주머니를 털곤 하던 그 열의는 다 어디가고 인구조사 비율이 여전히 전체 평균보다 한참 아래라고 하는데 우리 한인들은 왜 이렇게 조용한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커뮤니티가 무조건 하나가 되어 인구센서스 설문에 한인들이 모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센서스 한인후원회만 목청을 돋우어서 될 일이 아니다. 특히 한인이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종교기관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교계는 교인들이 모이는 날 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는 교인들에게 도움을 주어 인구센서스 설문에 동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종교계의 일이 아니라고 방관해서 올해 인구센서스 비율이 전례없이 형편없다고 한다면 모든 종교계는 그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기회 특히 한인들의 숫자가 가장 많은 기독교계는 커뮤니티에 열린 교회,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교회로 모범을 보여 그 면모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영어가 안되는 사람들은 교계가 아니라도 한인 봉사단체나 기관들의 문을 두드려서라도 센서스에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 그것도 안되면 센서스 국의 도움전화 866-955-2010, 718-961-4117로 전화하면 한국인이 한국어로 도와주거나 설문지를 못받은 사람의 경우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센서스 설문에 참가하는 것은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책임이고 의무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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