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빠 놀아줘!”

2010-03-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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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일(뉴욕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많은 아빠들이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좋은 아빠란 무조건 아이들에게 잘해 주는 아빠’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빠에 대한 지침서가 없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아빠와 관련된 책이 20여종 이상이 출판되었다. 그 이전에도 수없이 출간이 되었고 매년 이와 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아빠노릇을 한다는 것이 쉽지않다는 뜻이고 “아빠 놀아줘!”하며 아이들이 절실히 아빠를 부르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작년 한해는 친구(Friend)와 아빠(Daddy)의 합성어인 ‘프렌디(Fridendy)’의 열풍이 아빠들을 괴롭힌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역시 친구같은 좋은 아빠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회적 신호이기도 하다. 그만큼 좋은 아빠 되기가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반증한 셈이다.이런 사실 외에 우리들의 가정을 들여다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아빠들이 자녀가 세 살 무렵까지는 관심을 가지고 그런대로 잘 놀아준다. 하지만 아이가 네살 무렵이 되면 아빠가 아이로부터 도망가기 시작하고, 아홉살 무렵부터는 아이도 아빠를 떠난다는 것이다. 이른바 ‘49법칙’이 딱 맞아 떨어지고 있는게 우리들 가정의 슬픈 현실이다.


시대마다 ‘좋은 아빠’라는 의미가 다르기는 하지만 오늘날 좋은 아빠의 반대말은 단순히 ‘나쁜 아빠’가 아니다. 그 말은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는 아빠를 의미한다. 하지만 아빠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갈수록 영악한 조건뿐이고, 그 동안 살아왔던 아빠들의 습관과 관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마저도 힘들어하게 되는 슬픈 현실에 부닺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놀아줘 보기 바란다. 아이들의 동공이 확대되고, 웃음소리가 커지고, 환호성이 울리면서 아이들 뿐 아니라 아빠 자신들의 표정도 우수에 강물 녹듯이 입가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울 아빠 최고” “내 남편 최고”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아이와 놀아주는데 돈이 들지 않는다. 그저 아빠의 몸만 있으면 된다. 아이들과 놀아줄 특별한 장소도 필요하지 않다. 거실만 있으면 놀이 걱정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앞으로 소개할 간단한 놀이를 이용해서 그저 하루에 몇분만 놀아주면 된다. 사실 그동안 아빠들이 알고 있었던 대부분의 놀이들은 아이와 노는게 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빠들이 재미있을 때도 있지만, 힘들어서 귀찮아 하거나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았던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운전중에 길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집에서도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빠들이 많이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사는데, 일에만 파묻혀 쫓기듯이 살다보면 가정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아이와도 멀어지게 된다. 가정의 행복이란 무엇보다 가족과의 관계형성을 통해서 발생하는데, 관계의 단절이 원인이 되어 가정의 행복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록 가정은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가장 소중한 곳이다.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빠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가져야할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아빠의 일과 양육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면을 포기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한몸의 운명을 타고났다. 좋은 아빠가 되는데 거창한 방법이 따로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마다 가치관이 다르지만 아이와 잘 놀아주는 것이 바로 좋은 아빠가 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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