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가치는 소중하게

2010-03-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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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최 회장)

찬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겨울의 ‘런던’거리, 남루한 옷차림의 한 사람이 겨드랑이 깊숙이 낡은 바이얼린을 끼고 악기점을 찾아 들었다. 악기점 주인이 의례적으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며 손님을 맞았다.

“저는 배가 고픈 사람입니다. 이 바이얼린을 팔고 싶습니다. 얼마라도 좋으니 사 주시기만 하면 고맙겠습니다.” 하며 가지고 온 바이얼린을 내밀었다. 잠시 생각하던 주인은 5달러를 내 주고 이 바이얼린을 샀다. 악기점 주인 ‘벤츠’씨는 무심히 바이얼린을 켜 보았다. 활을 대고 당겨본 순간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음량, 아름다운 음색과 선율에 깜짝 놀라 바이올린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먼지투성이의 바이얼린 속을 들여다보고 그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거기에 기절할 만한 글씨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Antonio Stradivari. 1704(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1704년 제작)』 그 바이올린은 행방불명되어 2세기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찾던 바로 그 악기였기 때문이다. 벤츠씨는 급히 밖으로 나가 바이올린을 판 사람을 찾았으나 허사였다. 배가 고파서 몇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단돈 5달러에 팔아버린 바이얼린의 시세는 10만달러 상당의 명품이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물건은 무기물(無機物)로 스스로 자기의 값을 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물건을 만든 사람들에 의해 나름대로의 값이 정해지고, 같은 제품이라도 상표에 따라 값의 차이가 있다. 예술품인 경우에는 작가나 작품의 희소성에 의해서 시세가 형성되는 것이 작금의 현상이다. 사람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인체의 성분 원소로 공업제품을 만들면 비누 7개, 성냥개비 2.000개, 설사약 한 봉지, 못 1개, 연필 2.000자루 등 요즘 물가로 10만원어치도 안 된다는 계산이다. 생리학자들은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신진대사를 통해 소모되는 에너지 240칼로리를 전기로 환산하면 약 166W로 70평생 동안 약 14만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생화학 시약회사에서 판매하는 헤모글로빈, 알부민, 콜라겐, 트립신, 인슐린 등 각종 호르몬 제재를 약품의 값으로 따지면 600만달러에 달한다는 계산법도 있으며, 피부조직과 인체기관 및 장기의 값으로 따지면 6.000억달러 이상이라는 계산법도 있다. 계산방법이 어떠한 근거에 의한 것이든지 실제 사람의 몸을 돈으로 따지는 것은 값으로 매길 수가 없는 일이다. 다만 이 바이얼린의 주인처럼 10만달러보다 더 귀한 나의 삶의 가치를 단지 먹고 살겠다는 이유만으로 5달러짜리로 취급하며 살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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