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일어탁수(一魚濁水)

2010-03-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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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취재 2부 기자)

약 한달 전 플러싱 모 업소에 들렀다가 황당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평일 대낮이었음에도 주부 고객들로 붐비는 그 업소 한쪽에서 한 소비자가 김을 들고 서있었다.

손님들이 하나 둘 계산을 마치고 가게가 한가해지자 그 소비자는 김이 자꾸 부서져서 김밥을 쌀 수가 없다며 반품을 요구했다. 바닥을 쓸고 있던 업주는 고객의 불만에는 안중에도 없이 제품 부스러기가 자꾸 떨어진다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한국에서 건너온 고급이라고 해 일부러 비싼 돈을 주며 산 제품인데 이렇게 자꾸 부서지기만 하면 바꿔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를 계속했다. 그러자 업주의 반응은 정말 가관이었다. 쓸고 있던 빗자루를 내리치고 삿대질을 하더니 정신없으니 어서 매장을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날 소비자가 항의하는 동안 그 업주는 한순간도 물건을 찬찬히 훑어보거나 소비자의 설명에 귀 기울인 적이 없었다.


얼마 전 편집국으로 한 소비자가 전화를 걸었다. 그 소비자에 따르면 구입한 전자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환불을 요구했고 업주와 환불 문제로 여러 차례 마찰이 오갔다. 결국 환불을 약속받고 제품을 가져갔으나 업주는 100달러가 훌쩍 넘는 액수를 그 소비자에게 동전으로 되돌려줬고 나가는 길에 소금까지 뿌렸다는 것이다. 그 소비자는 열불이 터진다며 전화로 하소연을 했다.
업주입장에서는 환불과 교환요구가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버릇처럼 환불 및 교환을 요구하는 일부 얌체 고객들로 인해 과거에 불쾌한 감정이 쌓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고객에게 소리를 지르고 소금을 뿌리고 동전으로 환불하는 등 화풀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상식이하다.

게다가 이들 업소들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하나 같이 한인 고객들의 발길이 붐
비는 인기 업소들이다. 한인고객들에 매출의 상당부분을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일부러 발품을 팔아야 했던 소비자의 입장까지 생각한다면 위에서 언급된 업주들의 행동은 적반하장이라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다.

이민 1세대인 한인들은 특히 한인 업소들을 자주 찾는다. 이왕이면 한인업소 제품을 구매하자며 굳이 한인 업소를 찾는 정스러운 한인 소비자들도 있다. 이러한 한인소비자들의 발길을 하나둘씩 밀어내다보면 업소의 수명 역시 짧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 두 업소들은 잘나가는 만큼 인지도도 높다. 그래서 이들 업소의 행태가 한인 업소 전체의 이미지를 먹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개천을 흐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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