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들이 오해하는 폭행사건

2010-03-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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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 통역)

한국에서 경찰의 폭행사건의 처리 과정을 보면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후 피해자를 불러서 상방 합의를 종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양 당사자가 치료비나 기타 발생한 손해배상을 해준다는 합의를 하고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경찰은 피의자를 방면하고 사건을 종결해주는 것이 한인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처리 과정인 듯 하다. 이런 한국식 상식 때문에 한인들 중에는 더러 이런 절차를 악용하려다가 오히려 경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간의 다툼 끝에 부인이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해서 남편을 체포하게 만든다. 부인의 생각으로는 다음 날 경찰이나 법원에 가서 사건을 취하한다고 하면 남편은 풀려나게 될 것이므로 사건은 해결되고 남편에게는 따끔한 경고가 되
리라는 생각으로 이런 일을 꾸미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 미국식 절차에서는 피해자라는 부인의 고소취하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풀려나지 않으며 사건은 그대로 재판에 회부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찰이 이곳 상식으로 보면 오히려 민사문제에 속할 손해배상에 합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건을 종결해주는 것도 이상하지만 사건이 피해자의 고발이 전제조건인 친고죄(親告罪) 사건이 아닌 바에야 이곳에서는 고소인이 사건을 취하한다고 사건이 취하되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애인을 한국에서 방문 온 남자 친구가 그 애인과의 사이에 좀 심한 다툼 끝에 체포되어 온 사건이 있었다. 심한 다툼 끝에 화가 나서 집어 던진 전화기가 그녀의 턱에 맞아 병원에 치료받으러 간 여인이 “혼 좀 내어 주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서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다.


여인의 생각으로는 이 남자 친구가 일단 체포되어 법원에 입건되면 그때 가서 사건을 취하하여 남자는 풀려나고 성미 급한 남자 친구에게는 따끔한 경고가 될 것이라 생각한 시나리오였다. 남자가 감방에서 이 여인에게 전화를 했을 때 여인은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했고 자기가 사건을 취하하면 모든 것이 쉽게 끝날 것이라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이 여인의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사태로 진전되고 말았다. 형사법원의 입건재판에서 이 남자는 여인의 턱에 치료를 받을 정도의 중범에 해당하는 폭행죄를 저질렀고 또 이럴 경우에 던진 전화기는 무기소지죄에 해당되고 나아가서 이 남성의 미국에 일시방문중이라는 신분 때문에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많은 액수의 보석금이 명령되었다. 피해자인 여인과는 전화를 포함한 일체의 접근이 금지되는 명령을 받았다.

이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형무소에 갇혀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곳에 유일하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여인이지만 이 여인이 피해자인지라 접근금지 명령 때문에 이 여인에게도 도움을 구할 수가 없게되었다.
이제 이 남성은 적어도 몇 달이 걸릴 재판 과정에 형무소에서 보내야 하고 사건의 재판이 종결되어 법원이 내리는 처벌이 징역형이 아니더라도 석방되지 않을 것이고 이민국의 추방조치로 이어질 것이다. 추방형식으로 미국을 떠나게 되면 앞으로 이 남성은 거의 영원히 미국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이 여인의 도박이 이제 양자간의 인생의 궤도를 바꾸었는지도 모를 중대사변으로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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