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법정이 남긴 유산

2010-03-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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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자유기고가)

산문집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法頂)스님이 지난 1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세수(歲首) 78세를 일기로 이승의 생을 마친 스님이 걸어 온 법세(法歲) 55년의 행로는 그야말로 ‘비우고 버리고 또 비운 무소유’를 실천한 삶이었다. 법정스님은 입적 전날 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유언으로 사리를 수습하지 말고 수의 대신 평소 입던 승복 차림 그대로 화장할 것을 다짐했다. 이에 따라 다비식만 거행하고 조화나 부의금도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평생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는 출가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철저히 지켰고 ‘무소유’와 ‘버리고 떠나기’를 설파했던 스님은 입적후에까지 큰 가르침을 남긴 셈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생각과 말과 행위로 부단히 죄를 짓고 사는 게 현실이다. 물욕에 눈이 먼 군상들이 자기 것을 챙기고도 남의 것 까지 사기를 치며 갈취하는 세상이고 공인들이 국고금과 공공기관의 공금까지 횡령과 도둑질을 불사하는 현실이다. 또 재산문제로 부모형제들끼리도 반목을 하고 아귀다툼을 하는 비정한 현실을 사는 우리들에게 법정 스님이 몸소 말과 행위로 보여준 ‘무소유’의 지고한 정신은 우리가 길이 지녀야 할 마음의 등불
이 아닐 수 없다.‘맑은 가난’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평생 무소유로 살았으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생각과 말과 행위로 이 세상에 많은 유산을 남긴 스님께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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