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 전투형이거나 포기형이거나

2010-03-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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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욱이 이야기

지난 10년간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만난 결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간지대는 거의 보지 못했고 ‘내 인생에 후퇴는 없다’를 신조로 삼는 전투형 부모와 ‘될 대로 되라’를 신조로 삼는 포기형 부모가 있다. 내 주변에는 전투형 부모들이 많기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난 전투형에 속하는 것 같다. 그럼, 전투형과 포기형은 어떤 것인가?

‘전투형’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서 장애를 가진 것을 알게 된 후 마음을 수습하기도 전에 장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공부하고, 찾아 나서서 자녀가 가지고 있는 장애분야에 전문가 수준까지 오르는 것이고, ‘포기형’은 말 그대로 일찌감치 교육이고 뭐고 다 포기하는 것이다.

전투형의 좋은 점은 부모가 열심히 가르치고 뛰어다닌 것만큼 장애자녀가 사회 적응력과 의사소통 능력과 독립적인 생활이 빠른 것이고, 그 반면에 나쁜 점이라면 너무 들들 달달 여러 가지 수업을 시켜서 볶거나 스파르타식으로 공부를 가르치거나 또는 해병대 수준의 훈련을 시키는 경우가 생기게 되면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다.


포기형은 왜 포기형이 되는가? 장애자녀를 키울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장애에 대한 지식부족, 정보 부족, 주변 사람들의 의식문제, 부모의 게으름, 언제나 남 탓으로 돌리는 부모의 성격, 영어 문제, 장애의 정도가 너무 심한 경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는 것도 해당이 된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투형’ 부모를 둔 자녀가 훨씬 잘 성장을 한 것은 인지상정인 거다. 물론 장애부모와 장애자녀의 그만큼의 노력의 결과이기는 하다.

두 가지 유형의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자녀의 장애가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나 역시도 승욱이의 장애는 내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했었다. 나를 넘어지게 하고 또 나를 아프게 하는 못된 걸림돌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수습하고 그나마 ‘전투형’으로 살아온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승욱이의 장애는 나의 ‘디딤돌’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장애라는 ‘디딤돌’을 밟고 아이와 함께 일어서고 넘어왔기에 오늘이 있는 것을 안다.

지금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 힘내세요… 조금만 더 힘을 내시길 부탁합니다… 모두 화이팅…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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