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시야 너머에…

2010-03-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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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취재 1부 기자)

최근 악수를 나눈 취재원의 손바닥이 전달한 무언의 메시지가 아직도 생생하다. 보드라울 것 같았던 그녀의 손바닥과 내 손바닥이 서로 인사 나누는 동안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물감과 붓을 만지며 작품 활동을 했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욱이 이날 행사의 취지가 자신의 탤런트인 미술로 해외 오지의 고아들을 돕고 싶다는 얘기를 들은 후 그 까칠까칠한 손바닥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역대 최고점수로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며 전 세계 디아스포라와 같이 흩어진 한국인들의 희망이자 행복이 되었던 김연아 선수도 마찬가지.
캐나다 밴쿠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당시 김연아의 상처로 얼룩진 발목이 드러나 세간에 화제가 된 적 있다. 은반 위를 무한대로 질주해 가던 연아의 아름다움에 그저 찬탄을 보냈던 이들은 스케이트화 속에 감추어진 멍과 상처를 보고서야 금메달 획득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한 셈이다.


세계적인 명문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 강수진과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역시 그동안의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발 사진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이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화려함의 배후에는 뼈를 깎는 고통과 아픔의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산 증인들이다. 우리는 이들의 손과 발을 통해 자극받고 도전받는다. 꾸준한 연습, 자기와의 싸움, 절제, 인내 등으로 얼룩진 그들의 손발을 보고 나서야 우리는 깨닫는다. 성공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처럼 우리 삶의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야 너머의 것일 때가 많다.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도 시야 너머의 것을 바라보느냐, 못 보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볼 때, 현상에 아둥바둥하기보다 미래의 더 큰 섭리를 생각할 때, 즉 시야 너머의 것을 바라볼 때 삶은 지금보다 여유로워지고 겸허해 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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