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수퍼우먼

2010-03-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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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

힐러리 국무장관은 영부인 시절,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세계각지에서 배우는 것은 만약 여성이 건강하고 교육을 받는다면 그들의 가족은 번창할 것이다. 만약 여성이 폭력없는 세상에서 살고 사회에서 완전하고 동등한 동반자로 일하면서 임금을 받는다면 그들의 가족은 번창할 것이다. 가족이 번창하면 지역사회와 국가도 번창하게 될 것”이라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0일 국무부에서 가진 올해의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 수상식에서 탈북여성 1호 이애란 박사의 활동을 이구동성으로 칭송하며 이 상을 수여했다.

미셸 오바마는 이날 축사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유년 시절 8년을 보냈고 역경을 뚫고 북한을 탈출, 쉼 없이 탈북자를 구제해온 이 박사의 활동을 설명하며 그의 패기와 도전 정신을 높이 치하했다. 클린턴 장관도 이 박사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탈북자들의 삶과 교육수준을 증진시키는 선봉자역할을 했고, 여성의 권리 신장과 북한의 끔찍한 인권상황을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수상자로 선정된 배경을 설명했다.이 박사는 수상 후 기자들과 만나 “여성과 어머니가 바로 서면 나라의 미래가 바로서고, 여성이 행복해지면 가정과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내게 주어진 영광이 함께 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미 국무부는 매년 여성의 날(3월 8일)을 전후해 여성 인권, 정의 실현에 공로가 큰 세계 여성 지도자들에게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수여한다. 1997년 갓난 아들, 부모와 함께 탈북, 여권신장에 앞장서고 있는 그의 용기있는 활약상은 충분히 이 상을 받을 만하다. 여성의 역할의 극대화는 이제 가정을 넘어 전 세계,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예전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고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먼 먼 이야기가 돼버렸
다. 갈수록 집안의 든든한 내조자가 되고 직장의 건실한 일꾼이 되며 국가의 단단한 지킴이가 되는 것은 여성의 역할이 그만큼 예전과 다르게 안팎으로 증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성의 움직임이 이와같이 가정을 뛰어넘어 더 넓은 사회로 더 드높은 세계로 향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시대의 흐름이며 어쩌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여성의 입지나 역할은 갈수록 강화되면서 어딜 가나 여성의 사회진출이 눈에 띠게 활발한 것을 볼수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 교육, 음악 미술 등 문화계나 스포츠 전반에 걸쳐 여성들의 괄목할 만한 활동이나 확고한 위상 구축은 여성들이 이제는 집안에서 일만 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유명대학에도 보면 여학생들이 남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기업에도 여성들이 CEO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으며, 정계에도 국회의원이
나 총리 등 여성들의 진출이 예전과 같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뒤안길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수고하는 가정주부들의 역할은 더 없이 훌륭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들은 모두 이름도 빛도 없이 가파르고 힘든 이민의 한 대열에서 소리없이 자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잠 한번 제대로 자지 못하고 험난한 이민사회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 이민의 꽃을 피우기 위해 힘든 일을 마다않고 열심히 살고 있다.
오늘날 성공적인 한인이민경제의 반석은 전적으로 이들이 흘린 땀과 노고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두고 우리가 무어라 평할 것인가. 이들이 없었던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2세들이 있을 리 없고 이들이 없는 한 오늘의 단단한 이민사회 기반이 조성됐었을 리 만무하다. 이들이야 말로 상을 받아 마땅한 이 시대 수퍼우먼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힐러리의 말처럼 이들의 양 어깨에 가정의 행복이, 사회와 국가의 미래와 번영이 달려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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