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일 죽기에 오늘 산다

2010-03-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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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최근 올 해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나는 우리 쌍둥이 딸들을 데리고 맨하탄 구경을 갔다. 뉴저지 촌닭 아가씨들이라 뉴욕에 나간다고 하면 신나는 곳으로 먼 여행을 떠나는 날 같이 마음이 들떠 있는 반면, 바쁘게 나에게 끌려 다닐 생각을 하면 신이 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고생문으로 들어가는구나” 하고 미리 걱정을 할 것이 틀림 없다.나는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병으로 인해 사형선거를 받은 것도 아니고 생을 하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오늘을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열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하고자 하는일, 추운데 나가서 겨울날씨를 즐기려고 할 때, 추운데 나가지도 말고 집에서 있으라는 친정엄마의 경고도 마다하고 나는 내 쌍둥이 딸들과 밖으로 뛰쳐나갔다.

겨울은 차갑다고 하기보다 시원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모든 물체가 시원 시원하다. 겨울이 있기에 따스함을 감사하게 된다. 겨울이 있기에 아름다운 눈과 얼음을 경험할 수 있고, 겨울이 있기에 뜨끈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면 온 몸이 확 풀린다. 많은 것을 갖고도 좋은 환경속에서 살면서 감사하지 못하는 영혼들이 불쌍하다. 나보다 남이 더 낳다고 비교하고 평가하는 영혼들이 불쌍하다. 남의 것에 탐욕을 품는 영혼들이 불쌍하고, 내 것에는 언제나 불평불만만 하고 남의 것을 눈 여겨 보는 영혼들이 불쌍하다. 나는 우리 학생들 하나 하나의 좋은 점을 보려고 우선 노력한다. 무섭고 호되게 혼을 낼 때도 많다. 그래서 나는 아마 ‘이중인격’ 을 가지고 있는 교사일 수 있다. 칭찬 할 때는 한없이 마치 그 학생이 이 세상에서 제일인 것 처럼 이유있는 칭찬을 과도한다. 반면에 학생들을 호되게 혼 낼 때는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눈물이 주루룩 나오도록 혼을 낸다. 그리고 바로 미소 짓는다. 아마 내 학생들은 내 정신안정 상태를 의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인기있는 교사다. 복도나, 교실이나, 방과후에도 학생들이 내 교실로 벌떼처럼 찾아오고, 인사도 꼭 하고 내 수업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나는 학생들을 대할 때 이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사람인 것 처럼 대한다. 그리고 그 학생들의 좋은 점을 길이길이 기억한다. 다음 시간에도 또 꼭 같은 칭찬을 해 준다. 그리고 조그마한 발전이 있거나 긍정적인 변화가 있으면 뚜렷히 그 변화를 인정하고 과도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 나의 학생들은 입과 마음이 ‘찢어진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다해 산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으로 이 점이 참 힘들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아름다움만 보고 감탄한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에 충실한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준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오늘 있었던 나쁜 일을 오늘로 청산하라 (나는 이것을 잘 못한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남에게 빚 진게 있으면 갚으라.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외쳐주어라.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나만의 꿈을 꾸어라.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오늘까지를 감사하면서 잠 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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