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봉사

2010-03-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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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한인사회의 여러 단체나 교회에서 봉사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의 수고와 희생적인 활동이 있어서 사회단체는 활성화되어 발전하고 교회는 많은 도움을 받아 복음전파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봉사정신을 외면한 이들이 있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어떤 이는 단체의 재정을 부실하게 운영하여 말썽을 일으키고 어떤 이들은 봉사하는 책임자리를 놓고 다툼과 반목을 극단으로 이끌어 진정한 봉사정신은 뒷전이 되어 버린다. 또 어떤 이는 자기 경력에 한 줄 더 보태기 위한 이름내기, 얼굴내기에 열중하여 우리를 실망시킨다.

진정한 봉사정신은 무엇일까. 열의와 성의를 다해 단체를 위해 헌신하고 재정을 투명하고 건실하게 운영하며 단체 구성원의 화목을 증진하는데 솔선하고 단체를 세운 근본취지를 잘 살려가는 것이 바른 봉사자의 자세일 것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아 그러한 돈으로 국회의원이 되어서 한국의 정치풍토를 흐려 놓은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들었다. 인물됨을 우선으로 삼지않고 얼마의 돈 봉투나 음식대접 또는 친지나 친인척 관계라는 이유로 마음이 흔들리는 투표자들은 보다 나은 사회로의 희망을 저버리는 것이다. 잘못된 시작은 잘못된 끝을 가져오는 법이다. 돈으로 만들어 진 책임있는 자리는 진정한 봉사정신은 사그라지고 권위를 내세우거나 본전 찾기에 급급할지도 모른다. 돈으로 자리를 얻은 정치인들이 그 자리유지를 위해 이권에 개입하고 부정한 정치자금의 유혹에 빠져 명예롭지 못한 끝을 보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봉사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투표에 의한 선거가 일반화 되었다.


오늘날의 선거전은 한 나라의 경제를 흔들 만큼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고 다분히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전술로 발전했다. 군중심리에 휩싸이면 개인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자유의지는 퇴색되고 만다. ‘중이라고 다 진리는 아니다’라는 말이 되살아 날 만큼 잘못된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확대해서 말하면 시장도,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국가나 사회의 봉사자이다. 책임이 따르는 그
봉사직을 서로 하려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과열 선거전을 펼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면의 달콤한 사탕은 무엇일까? 명예, 권력, 새로운 부의 창출, 어쩌면 이들 모두를 얻을 수 있는 현대 정치판의 마술일지도 모른다.
책임있는 봉사직에 나서봐야 일이 많아 힘만 들고 달콤한 사탕 맛도 없다면 서로 하지 않으려고 양보하며 뒷걸음질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과 능력이 있으면 돌아가며 봉사를 할 수 있는 단체나 사회는 없는 것일까.

봉사자로 나서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신의가 중요할 것이다.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말을 잘하고 만들어진 웃음과 몸짓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일시적인 친절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친밀함이란 일시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동안 그 사람이 다른 많은 이들에게 선의를 베풀어 쌓이는 것이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다. 능력 있는 이들이 돕게 만드는 것도 그 사람의 능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진정한 봉사자나 훌륭한 지도자의 의미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열의와
성의를 가진 책임감 있는 봉사자들만이 사회와 국가를 위한 미래의 역사를 좀더 밝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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