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다림의 선물

2010-03-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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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넘게 어렵게 집을 고르던 고객에게 모든 조건이 맞는 집이 드디어 리스팅에 올랐다.

지난 6개월간 어렵사리 찾은 집이 겉보기엔 그럴 듯 하다가도 검사(Inspection)를 하면 꼭 예상치 못한 하자가 나와 선뜻 정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 고객에게 맞는 집을 찾기 위해 오렌지카운티 지역을 구석구석 다녀 보면서 수영장 없으면서 뒷마당 넓은 집이 그리 많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다.
지난 하반기부터 서서히 줄어든 매물부족으로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놓친 물고기가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지나고 나면 그 전에 봤던 집의 영상이 어른거려 막상지금 보는 집은 단점만 눈에 들어 와 선택이 어려워진다.
사시던 집은 바이어의 편의를 봐주신다며 셀러가 이사를 갈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지 않으셨기에 그야말로 연말에 십년 넘게 산 세월을 창고에 급하게 넣고 이사를 준비했다.

해마다 연말 연초엔 매물이 없는데다 숏세일 승인 난 집도 적어 그야말로 기약이 없는 기다림의 여정이 시작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좌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도 웬만한 집이 나타나지 않아 속이 타들어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한평생 열심히 살면서 은퇴 후 여생을 좀 편하게 여유롭게 살아 보시려 한 마음을 알기에 거기에 적합한 좀 안락한 집 하나 찾으려 했는데 시기적으로 잘 맞지 않았다.

에이전트 직업은 하루에도 여러 고객들을 만나 그들만의 인생 역정을 들어보며 간접적으로 배우기도 하고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신뢰를 쌓아가게 된다.
지인의 소개가 아닌 광고를 통한 고객일수록 더 조심스럽다.

세일즈란 직업은 단 3분 안에 상대방에게 파악되기에 짧은 시간 내 크레딧을 얻기란 쉽지 않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한사람 건너면 에이전트란 말이 돌 정도로 주변에 알고 있는 에이전트가 있는데도 마다하고 신문 광고를 통해 처음 만나보게 되는 고객이 더 고맙게 여겨질 때가 많다.

그 믿음이 고마워 더욱 최선을 다하지만 그 바이어 눈에 들어오려면 배우자를 고르는 것과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람이든 집이든 첫인상이 매우 중요함은 누구나 수긍한다.
꼭 외모 신드롬은 아니어도 수려한 외모에 후덕한 점수를 주듯 잘 꾸며지고 다듬어진 집은 바로 팔리기 때문이다.

집은 그 주인의 취향에 따라 가므로 달랑 집값을 높이기 위해 깜짝 리모델 한 집보다 살면서 두고두고 잘 관리한 집에 바이어들의 발길이 모이게 된다.
집이란 그 가족이 사는 동안의 애환이 담겨 있어 풍족하진 않아도 평탄하게 살아 온 집은 그 수려한 기운이 구석구석에 남아 있음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이 좋은 집을 찾는데 어긋나기를 계속하다 지칠 즈음 기적 같은 집이 나타났다.

여러 번 실망했기에 대단한 설명도 생략하며 그저 마음비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한 번 보여드렸다.

180도가 넘는 산이 보이는 탁트인 경관과 넓지만 수영장 없는 마당, 높은 천정 등 그렇게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집이 말 그대로 고생 끝에 나온 것이다.

또한 셀러 가족 모두 공무원 에 자제분들도 잘 성장해서 유복해 보이는 집안이다.

집을 처음 보는 순간 바이어 분들 모두 흡족해 한데다 협조 잘 해 준 셀러 덕에 2주 만에 딜이 끝나게 됐다.
셀러도 워낙 그 집에 애정을 가져 여러 번 팔기를 망설이다 그냥 마켓에 내놓아 보았는데 단 하루 만에 바이어를 만나 서로 좋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렇게 돌고 돌아 왔던 여정이 잘 생긴 집 하나로 해피엔딩이 됐다.

내 집이 되는 인연은 결혼과 똑같다.
처음 느낌이 평생을 갈 수 있고 또한 계속 노력을 해야 하니까.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좋은 선물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밀려오는 뿌듯한 보람을 맘껏 만끽한다.
(562)304-3993


카니 정 /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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