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뱅쿠버 올림픽 이후

2010-03-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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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황석(약사/서재필 친우회 사무총장)

동계 올림픽이 끝난지도 열흘이 넘었건만 한국인은 아직도 김연아 신드롬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상최대의 성과를 올린 뱅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한국은 어떻게 될까?

“한국이 종합 5위를 했으니 한국은 세계 5위의 강대국이 된 셈 이지요”(애국자 할아버지)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일본을 이겼으니 이제 한국이 일본보다 잘살게 되겠지요”(애국자 할머니) “하나님의 축복으로 주렁주렁 금메달을 여섯개나 땄으니 우리는 더욱 겸손해야 합니다”(맹신자 목사님) “동계올림픽에서 거둬들인 성과가 정치계로 경제계로 파급하여 국력이 성장하도록 온 국민이 합심하여야 합니다”(여당정치인)


“동계올림픽은 국민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일 뿐입니다. 스포츠로 국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면 스포츠의 꽃인 월드컵축구에서 단골 우승하는 브라질이 벌써 일등국가가 됐을 걸요”(정치학자) 모두가 지당한 말씀처럼 들린다. 장관이 주최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받은 가난뱅이 르왈젤 부인은 친구의 진주목걸이를 목에 걸고 참석한다. 먹고 마시고 신나게 춤추다 보니 너무 취하여 잠이 들어 벌였다. 술에서 깨어보니 모두가 가버리고 텅 빈 파티장에는 테이블은 쓰러져있고 빈 술병과 휴지만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파티가 남겨준 건 무언가?

참담한 생각이 들어 자신을 살펴보는데 이런! 진주목걸이가 없어져 버렸다. 르왈젤 부인은 은행에서 거금을 빌려 똑같은 진주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부부는 융자금을 갚느라 10년 동안 밤낮을 일하는 바람에 폭삭 늙어 버렸다. 융자금을 다 갚는 날 친구를 만나 사실을 고백하자 놀라는 친구 왈, “그건 기껏 500프랑밖에 안 되는 가짜 진주목걸이였는데...” 김연아의 금메달이 모파상의 ‘진주목걸이’꼴이 안 되려면 어찌해야 될까? 미국처럼 스포츠가 생활화 돼야 한다. 미국이 세계최강국이 된 건 미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용감하기 때문이다. 용감성이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만든다. 미국의 용감성은 1,2차 대전에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다. 스포츠를 즐기기 때문이다.

미국은 스포츠천국이다.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자동차경주, 심지어는 소 등 타기나 팔씨름 대회까지 미국인들은 경주장을 가득 채운다. 선수가 아니라도 스포츠를 즐긴다. 그 열기가 용감한 국민성을 만든 것이다. 한국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에만 열광한다. 소수 정예에서 국민 모두의 생활체육이 되어야 되겠다. 코리안리그로 펼쳐지는 프로스포츠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
장도 만원사례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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