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설을 녹인 따뜻한 봉사

2010-03-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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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취재 1부 차장)

올 겨울이 그 어느 해 겨울보다 길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연이어 내린 폭설 때문일 것이다. 눈이 이처럼 징그럽게 느껴진 것은 이번 겨울이 처음이다.
폭설은 길거리 주차를 해야만 하는 서민들에게 주차와의 전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제설 차량이 지나간 거리에는 쌓인 눈으로 차를 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내린 눈은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한 삽의 무게가 마른 눈의 두 배 이상이 되었고 영하의 날씨로 눈이 그대로 얼어붙으면서 대부분의 도로는 제 기능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2~3일씩 문을 닫은 학교가 속출했고 법원과 관공서 등 문을 열지 못한 정부기관도 여럿 됐다. 심각한 불경기로 가뜩이나 힘든 겨울을 나고 있던 상인들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망연자실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폭설로 개인적인 피해도 있었다. 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 벽을 들이받아 앞뒤 범퍼가 모두 부서졌고 며칠 후 냉각수가 동파되면서 엔진에 문제가 생겨 3~4일 동안 정비소에 들락날락해야만 했다. 이번 폭설이 징그럽게까지 느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싶다.


폭설로 한 달 내내 우울했지만 한 교회의 봉사활동이 잃었던 미소를 되찾게 해 줬다.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에 위치한 뉴저지힌인장로교회 교인들이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타운 내 노인 및 장애인들의 주택 앞에 쌓인 눈 치우기에 나선 것. 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20여명은 지난달 10일과 27일 두 차례 눈 치우기 봉사를 실시, 지역 노인들과 장애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번 눈 치우기는 뉴저지한인장로교회와 팰리세이즈팍 시 행정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것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팰팍 행정위원회 우윤구 위원장은 “눈 치우기는 한인사회가 지역사회에 한발 더 다가서는 일로 교회의 사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폭설로 발이 꽁꽁 묶인 지역 주민들에게 따뜻한 이웃사랑을 전한 뉴저지한인장로교회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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