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사다 마오의 눈물

2010-03-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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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공인회계사)

뱅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는 정말 대단한 실력을 보여줬다.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Figure Skating 연기였다고 전세계 언론들이 극찬을 했으니 말이다. 작은 실수라도 할까봐 초조한 마음에 숨을 죽여가며 지켜보던 난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런데 여기서 김연아 선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내가 흘릴뻔했던 눈물과는 다른 의미의 눈물을 쏟은 은메달리스트 아사다 마오 선수의 눈물에 대해 언뜻 생각해본 것이 있어 나누고자 한다. 난 아사다의 눈물을 삼국지에 나오는 동오의 주유가 흘린 눈물과 비교를 해봤다. 유비가 아직 나라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을 때 위나라의 조조가 동오를 쳐들어온다. 그래서 형주에 있던 유비와 동오의 손권이 동맹을 맺고 적벽대전을 치루게 되는데 유비는 오나라를 돕기위해 군사 제갈공명을 보낸다. 당시 동오에는 주유라는 아주 영리한 도독이 있었다. 그는 자기의 기량이 세계 최고라 여기고 있었는데 자기를 도우러 온 제갈량의 기막힌 지략을 보고는 감탄을 하며 동시에 이 사람을 가만두면 미래에 후환이 있을 것 같아 두려움에 쌓였다. 그래서 끝까지 이용을 한 후 전쟁을 치루기 전 제갈량을 죽여 없애려는 음모를 꾸민다.


적벽대전을 치루기에는 수 많은 화살이 필요했다. 그래서 제갈량한테 족히 한달은 걸려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숫자의 화살을 며칠내로 준비해 오라고 명령을 내린다.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할 경우 도독의 명령을 어긴 죄로 사형에 처하려는 음모였다. 당대의 모사 제갈량이 이를 몰랐을까? 안개가 자욱한 저녁 수척의 군선에 지푸라기로 만든 거적을 덮고는 유유히 강을 거슬러 올라가 유원지로 놀러가듯 제갈량은 위나라 진영으로 들어갔다. 기습이 시작된 줄 알고 놀란 위나라 군졸들이 마구 활을 쏴댔는데 화촉이 상하지 않고 거적에 꽂힌 화살의 수가 엄청났다. 이를 모아 주유에게 선사한 제갈량은 약속한 기한내에 여유롭게 명령을 완수했던 것이다.

적벽대전은 물론 동맹군이 승리를 했다. 그런데 욕심 많은 주유가 그 후 조조의 남군마저 탈취하려고 무리한 공격을 했다가 함정에 빠져 금창을 바른 독화살에 부상을 입는다. 물론 이것도 공명의 지혜였지만. 주유는 이 상처 후 화를 내면 독이 재발해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제갈량은 후에 유비를 잡아 형주를 차지하려던 주유를 함정에 빠뜨리고 병졸들을 시켜 계속 놀려댄다. 주유는 결국 화를 내다 피를 토하고 죽을 때 “하늘은 어째서 나를 이 세상에 보내고 동시에 제갈량을 낳게하셨는가.” 하며 눈물을 흘린다.

아사다 마오 선수는 과거 어느 동계 올림픽에 참가했어도 충분히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실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하필 본인이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 김연아 선수도 참가했을까 하며 자기도 모르게 주유처럼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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