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밀알 한 개의 브랜드 가치

2010-03-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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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한 개의 브랜드 가치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스포츠 산업학 김 종 교수는 김연아의 금메달을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는 6조 원에 이른다고 계산하였다. 세계에 미친 대한민국 이미지가 0.5% 상승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어느 외교관이 이런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 낼 수 있겠는가! 예수는 “밀알 한 개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수 백 배의 결실을 한다.”고 하심으로 작은 생명체가 미래에 기약하는 놀라운 브랜드 가치를 선포하셨다.

콜린 파우엘이 국무장관 시절 자신이 자라난 뉴욕 사우스 브롱스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흑인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너희들 속에서 장래의 미국 대통령도 보고 영웅적인 장성도, 대 기업가도, 위대한 과학자도 보고 있다. 너희들이 현재 어떤 조건 속에 있든지 불평하지 말고 큰 꿈을 품어라.” 그는 아이들의 보잘 것 없는 환경 너머로 밝은 미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소망이란 눈보라 치는 겨울 너머로 화창한 봄을 보며 잠 못 이루는 밤 너머로 밝은 새벽을 보는 것이다. 앙상한 죽은 가지 너머로 초록 색 잎을 보고 음침한 비구름 너머로 눈부신 햇살을 보는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해산의 진통 너머로 생명의 고동을 보는 것이고, 젊음의 반항 너머로 내일의 개척자를 보는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불만에 찬 남편의 입김 너머로 내일의 기쁨을 보고 한과 화로 맺힌 아내의 눈빛 너머로 웃음이 꽃 피는 날을 보는 것이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불의와 증오의 십자가 너머로 진실의 승리를 보고 막다른 무덤 너머로 부활의 아침을 보는 것이다.

기미년 만세 사건(3.1운동)에 대하여 사학자 이만열 교수는 이런 통계를 발표하였다. “전국적으로 약 1,400군데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는데 사건 내용이 사료에 남은 곳은 323 지역이다. 그 중 78지역이 교회가 중심이 되었고 천도교 중심이 66곳, 기독교와 천도교가 연합하여 거사를 일으킨 지역이 42곳이다. 즉 120곳이 기독교인들이 주도한 것인데 당시 2,100교회, 신도 26만 명(인구의 1.5%) 전원이 단결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대사였다.”‘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깊더니’하는 해방의 노래처럼 암흑 속에서도 광명의 날을 기다리는 끈질긴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큰일을 해낼 수 있었다. 당시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사회의 존경을 받았다. 교회는 독립운동 개화운동의 선구자였기 때문이다. 현재 가톨릭과 개신교도는 인구의 24%(약 1천만 명)나 되는데 과연 소금과 빛이 되고 사회의 양심이 되어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할 일이다.

박은식의 ‘한국 독립운동 지혈사(之血史)’에 일본인 박해의 목격담이 나온다. “일본인들이 여학생 몇 명을 윤간하였다. 소녀들이 새벽에 피투성이가 되어 감방에 돌아왔다. 경찰은 큰 십자가를 만들어 노영렬이란 여학생을 끌어내 알몸으로 십자가에 달고 불에 달군 쇠로 가슴을 지졌다. 책임자라는 자가 ”네 년들이 이것을 보고도 예수를 믿고 만세를 부르겠느냐?“고 고함 질렀다. 노영렬 양은 있는 힘을 다하여 ‘우리나라가 독립이 될 때까지 만세를 외치겠다.’고 말했다.” 이런 밀알들이 땅에 묻혀 오늘의 한국 교회가 있게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탈리아의 지휘자 미카엘 코스타 씨는 200명이 연주하는 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다가도 연주 도중에 “피콜로(piccolo)는 어떻게 된 거야. 소리가 안 들려!”하고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보잘 것 없이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피리인 피콜로의 소리도 귀중하게 다루고 그 소리가 화음 속에 들려오지 않을 때 전체의 연주를 중단시키고 청중에게 사과를 구한 뒤에 연주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내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내 생애가 별 것 아닌 평범한 것일지라도 우주의 교향악을 지휘하는 하나님에게 있어서 나는 위대한 피콜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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