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의 유형들

2010-03-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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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빈(교도소 심리학자)

심리학에서 알아본 부부의 유형 몇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없지 않다. 이 부부는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며 사랑하는 일도 잘하지만 이 부부관계를 가장 잘 특징짓는 어휘는 동역(collaborate)과 신뢰이다. 이 부부형은 하늘에서 내려온 쌍둥이와 같이 미리부터 그러한 좋은 연분의 팔자를 타고났든지 아니면 서로서로 동역하는데 천
재적인 소질을 가진 부부이다. 이러한 부부유형을 심리학에서는 안정 만족형(stable satisfactory)이라고 일컫는다.

두 번째 유형은 숫자적으로 가장 많은 부부가 속해있는 부부형인데 이들은 자기들의 부부생활이 적어도 중간이나 그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자녀 훈련문제와 돈 문제와 친척문제로 틈틈이 싸우는 일이 있으나 ‘칼로 물 베기’라는 말과 같이 비교적 쉽게 싸움에서 회복하고 회복한 후에도 그런대로 한동안은 단란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한다. 이 부부는 확실히 상대방에게 허물이 없지않다고 생각하며 실망할 때도 있으나 대체로 보아 그래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편이 더 낫다고 믿는다. 저당잡혀 받은 원금액의 가치가 다달이 지불하는 이자의 가치보다 더 높다고 생각하는 비유를 들어 이러한 부부형에 ‘전당포형(pawn broker)’이라는 별명을 붙일 수 있고 이따금씩 싸우는 예를들어 ‘심심찮게 싸우는 자들(spare-time battlers)’이라는 별명을 붙일수 있다. 이 부부유형의 심리학적 명칭은 불안정 만족형(unstable satisfactory)이다.


세 번째 부부형은 이혼율이 가장 많고 상담소나 결혼문제 전문가에게 찾아가는 비율도 가장 높은 부부이다. 불화의 정도와 싸움의 빈도는 대단히 높아서 서로 입힌 상처들이 미처 아물 사이도 없고 속의 에너지는 증오심을 발하는데 다 소모하여 기진한 상태에 처해있다. 상대방의 약점을 모아 두었다가 효과있게 악용을 하고, 빈틈없는 자기 정당화와 책임회피로 모든 잘못이 상대에게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던지는 명수들이다. 이 유형은 불안정 불만족형(unstable
unsatisfactory)이라고 칭한다.

마지막 부부유형은 여기 네 유형중에 가장 나쁜 부부유형이지만 신기하게도 이 부부는 서로 싸우는 관계도 아니다. 그러나 이 부부가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끼치는 피해는 다른 어느 유형보다 가장 심하다. 이 부부는 마치 유리집에서 사는 사람이 돌던지는 일을 극히 경계하듯이 상대방을 깎거나 치는 언행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또 자녀들에게도 완전한 예절을 지키도록 혹심한 훈련을 시킨다. 상대방도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배우자라고 찬사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 사람들은 자기 속 깊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며 의식과 위선이 속에 가득 차 있다.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이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그러한 감정을 감추고 외면하기 위하여 의식과 위선에 더욱 매달리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부가 정신과나 심리전문가에게 찾아갈 일이 더러 있다면 그것은 자기들 부부관계 때문이 아니고 자녀들의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자녀가 문제아라는 것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의사와 학교를 자주 바꾼다. 흥미있게도 종교와 교회는 이러한 부부에게 자기들의 심리적 괴벽을 꽃피우는데 적절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들은 피해의식이 강하며 교회내에서도 타교인과 적대관계를 이룬다. 이 넷째 부부유형은 안정불만족형(stable unsatisfactory)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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