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르면 용감할까…?

2010-03-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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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일본을 상대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다. 분명히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보이지도 않고 감도 잡히질 않는다. 일본기업의 전설로 불리우는 도요타가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준 미국시장을 배반했다는 이유이다. 최고의 기술, 최고의 서비스가 헛말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리콜사태의 초기에 도요타측은 이번일이 일도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의회내 도요타인맥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바마 행정부를 잘못 인식한 판단이었다. 리콜사태 초기에 백악관은 하루에 열두 번씩 의회의 윤리위원회를 두둘겼다. 도요타와 연관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은근히 미디어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친 도요타 의원들’이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도요타 미주법인은 물론이고 일본의 본사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청문회까지 온 것이다. 도요타 미국공장이 있는 미주리, 텍사스, 미시시피, 캔터키를 지역구로 가진 의원들은 물론이고 도요타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이 좌불안석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청문회를 개최하는 상원의 상업. 과학. 교통위원회, 하원의 에너지 상업위원회, 감독, 정부개혁위원회 등 3개 위원회 소속 의원 125명 중 40% 이상이 지난 10년간 도요타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 정치헌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청문회를 개최하는 상원의 상업.과학.교통위원회의 ‘존 록펠러’위원장도 하원의 에너지.상업위원회의 ‘헨리 왁스먼’ 위원장도 도요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을 당했다. 2월23일, 24일 하원 청문회에서 친 도요타 의원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회사를 위해서 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청문회 직후 도요타 자동차 부품업체가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FBI가 압수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연방검찰은 도요타 북미주법인을 상대로 리콜사태를 고의적으로 은폐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그래도 여론은 솜방망이 청문회를 비난하고 있다.

한인유권자센터가 비자면제, 위안부결의안을 추진하면서 가장 친숙하게 사귀어 온 공화당측 연방의원은 인디애나의 ‘댄 벌튼’의원이다. 유권자센터가 최선을 다해서 의리를 지킨 덕분에 댄 벌튼 의원은 코리아커커스 의장직을 받아주기도 했다. 필자는 댄 벌튼 의원이 도요타 청문회에서 질의자로 나선다는 것을 알고는 무조건 그의 사무실로 갔다. 도요타 자동차 한인피해자인 보스톤의 최혜연씨 케이스를 도요타회장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일본로비의 눈을 피해서 무난하게 댄 벌튼 의원과 만났다. 의원은 청문회에서 도요타 아키오 사장에게 직접 한인피해자의 케이스를 관련서류뭉치와 함께 전달하면서 답변을 요구했다. 그리고서 의회기록에 자신의 발언을 남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문회장에 우리의 뜻이 관철되었다. 일본의 로비를 피해서 의회에 진입하는 일이란 정말로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다. 2007년도 일본군위안부결의안 때의 경험을 100% 살렸다. 워싱턴을 경험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일본의 영향력에 혀를 내 두른다. 일본과의 문제에서 충돌을 일으킬 때 마다 일본영사관 앞의 시위를 생각하면서 아예 ‘모르면 약’이란 말이 생각난다. 맨하탄 한복판에 ‘독도광고’가 났다고 한다. 저것에 대해서 일본이 관심을 갖는다면 미국서 독도는 어디로 튈까? 과연 모르면 용감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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