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변함없는 노병으로 남고 싶다

2010-03-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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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교육가/수필가)

맥아더 장군의 퇴역 연설문 속에 나오는 이 유명한 말을 그 감동적인 연설문 내용과 함께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아껴 왔는데 이제는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심정이 되어 버렸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명언에 공감하고 이 말을 하고 싶었을까. 퇴직하는 모든 사람들, 각나라 전직 대통령을 위시해서 장관, 각 기관장과 회장들, 교장, 총장, 교사들, 그리고 각 직장에서 퇴직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구 동성으로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나는 이들의 마음이 바로 이것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마음은 자기가 봉직한 직장, 평생을 몸 바쳐 일 했던 그 곳의 후임자들이 그 기관의 전통을 잇고, 전임자들이 쌓아 올린 업적들과 세워놓은 아름다운 것들을 버리지 말고, 뭉게지 말고 이어 주기를 바랄 것이다. 쌓아놓은 그 위에다 후임자들의 창의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것을 더 세워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 책임을 맡은 모든 사람들은 수 많은 전임자들, 노병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종종,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전임자가 어렵게 이루어 놓은 업적을 깡그리 무시해 버리거나 그 전통을 잇지 못할 때가 많은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미국과 스페인 전에서 대승을 거둔 군인 아버지, 아서 맥아더(Arthur MacArthur) 슬하에서 자라난 맥아더 장군 (General Douglas MacArthur)은 미육군 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최연소 참모 총장이 되었으며 제1,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명장중의 명장이다. 미국 역대 최다인 22개의 훈장과 살아 생전에 미국 최고의 은성 무공 훈장을 받았다. 그는 1951년 4월 19일 5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며 국회 의사당에서 퇴역 연설을 했고(노병은 죽
지 않는다), 그 후, 육군 사관학교 교장을 역임, 1962년 5월12일에 육군 사관학교 학생들 앞에서 한 연설(Duty, Honor, Country)은 더 유명하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한 연설이기에 평생 군인으로서 삶을 마감하는 선배 군인이 후배 군인에게 군인의 본분을 일깨워 주는 참으로 감동적인 연설이다. “<의무>, <명예>, <조국>, 바로 이 숭고한 세 단어는 여러분의 소망 , 여러분의 자질, 여러분의 미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세 마디는 용기가 꺾일 듯할 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자신의 믿음이 약해지려 할 때 신념을 되찾게 해주고, 희망이 사라져버렸을 때는 희망의 불꽃을 되살려주는 再起(재기)의 거점인 것입니다.” 사관학교 학생들에게 외친 연설이지만 군인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내용으로서 자꾸 음미하면 할수록 깊은 뜻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유명한 두 연설문 말고도 더욱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그가 써놓은 자녀를 위한 기도문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는 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병의 모습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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