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저주를 축복으로(담배를 끊은 아이)

2010-03-04 (목)
크게 작게
성경의 말씀에 의하면 최초에 사람들이 동산에 살 적에는 사람은 아무런 일을 할 필요도 없이 항상 먹을 것이 풍부 하였고, 동산의 모든 짐승들도 모두 풀을 뜯으며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최초의 사람이 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죄를 짓자, 신은 그들 부부를 천국동산에서 내 쫓으면서, 그들이 내딛는 땅을 저주하여 땅으로부터 엉겅퀴와 가시덤불이 돋아나게 하고, 짐승들은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어 서로 싸우게 하였으며, 뱀은 그 입에서 독을 뿜으며 사람을 대적하게 하는 등, 모든 생물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하여 서로 싸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의 이마에서는 피와 땀과 눈물이 흐르는 수고를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도록 하는 저주를 받았으며 그때부터 지상의 평화는 사라져 버렸다.

아마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는 고생을 하며 사는 사람을 보게 되면, 마치 그가 하늘의 저주를 있는 그대로 몽땅 받으며 사는 것처럼 여겨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그보다는 아무런 수고나 땀 흘림 없이 살 수 있기를 더 바라며, 혹시라도 누가 복권에 당첨되어 떼돈을 벌거나 도박장에서 단 얼마의 돈을 따는 등, 거저로 무언가를 얻으면 그 사람을 행운아라고 부러워하며 마치 신의 축복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추켜세우곤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태초에 신이 우리 인간에게 내린 “피와 땀과 눈물”의 그 저주를 보란 듯이 멋진 축복으로 바꾸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불의의 사고로 양손이 절단되어 한동안 자신의 저주스러운 신세를 한탄하다가 마음을 가다듬어 손목을 이용하여 삽질을 하며 염전을 일구어 낸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가 하면 태어날 때부터 보도 듣지도 못하는 불구로 태어나 남의 도움이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꼼짝 못 한 채, 신의 저주를 그대로 덮어쓰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마침내 나이 40이 되어 대학과정을 마치어 인간승리의 감격을 외치는 사람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2월 12일부터 17일간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거행되었던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도 많은 인간승리의 훈훈한 스토리, 그리고 많은 보는 사람들에게 벅찬 감격과 아름다운 감동을 안겨준 훌륭한 이야기와 기록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면서 올림픽의 역사를 새롭게 적어 내놓았다.

그 중에도 한국선수들이 펼쳐낸 인간승리의 이야기들은 더욱 더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그 조그만 나라, 불과 60년 전만 하더라도 동족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었고, 지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동강이로 분단된, 어찌 보면 근세 역사상 신의 저주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처럼 보이는 나라에서 온 조그마한 체구의 사람들이 내로라 하는 세계의 강호들과 당당하게 겨루어 일등을 하고 금메달이나 은메달 또는 동메달을 따내는 모습을 보면서 벅찬 감격을 누를 수가 없었다.

특히 피규어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를 보면, 한창 자라나는 나이에 그 오랜 세월 동안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들도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오직 한가지 세계 최고의 피규어 스케이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하여 피와 땀과 눈물의 세월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수행해 온 과정은,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별로 흘리기를 원치 않는 저주의 피와 땀과 눈물을, 자신의 축복으로 그리고 국가와 신의 영광으로 환원시킨 찬란한 인간승리의 표상처럼 높이 평가될 것이다. 그의 기록 또한 오랫동안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기억되리라 믿어진다.

그가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많은 언론들이 그의 승리를 예상하여 “금연아” 라는 별명으로 불렀었는데, 여담이지만 “금연아” 는 “담배를 끊은 아이”라는 뜻이기도 하니, 이 글을 읽는 젊은 사람들 중에 혹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담배를 끊으면, 아마도 다음 올림픽에서 김연아처럼 금메달은 못 따더라도 건강은 확실히 좋아지리라고 확신한다.
(310)968-8945


키 한 <뉴-스타 토렌스 지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