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0 동계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것

2010-03-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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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KAPAC 회장)

캐나다에서 열린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은 특별히 한국인들에게 많은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다. 올해는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잃어버린 경술국치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오랜동안 일본에 문화를 가르쳐주고 또 정치적으로 지배해오던 한국이 근대화에 시기를 놓쳐 오히려 피지배국 일본에 온갖 수모를 당하고 종래에는 나라까지 빼앗겨서 35년의 식민지 피지배의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광복된지 65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승리 소식은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동계올림픽이라는 것이 본래 유럽이 주축이 된 스포츠로 부유한 나라들의 잔치로 이어왔다. 가난하던 시절 한국은 참여에 의미를 두었고, 감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선다는 것은 일본정도는 몰라도 한국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그만큼 동계올림픽은 돈이 많이 들고 또 서구형 체격이 아니면 어려운 스포츠이다. 따라서동계올림픽의 한게임 한게임이 그 나라의 과학기술과 경제력 그리고 최종적으로 국력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끈질긴 도전정신은 이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이번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아사다 마요를 예술성,기량, 난이도 모든면에서 월등히 앞서서 23점 이상으로 따돌리고 올림픽 역사상 최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함으로써, 일본선수 모두를 감히 가까이 할 수 없이 기가 질리게 만들었다.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며 또한 문화와 스포츠의 정교한 합성품이다. 김연아는 늘씬한 몸매에 우아한 의상, 아름다운 동작들이 물흐르듯 이어지면서 그녀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어쩌면 아사다가 김연아를 바라보는 모습이 삼성을 바라보는 소니의 모습과 같고, 현대를 바라보는 도요다의 불안한 모습과 같은 것이 “경술국치” 100주년의 해에 우리의 조상들과 우리가 그토록 바래왔던 “극일(일본을 이기는 일)”을 해내는 정말로 통쾌한 순간이었다.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항상 같은 동양인의 식민지지배를 받아왔던 짖발힌 자긍심과 말못할 열등의식이 이어져 왔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이번에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적은 수의 선수가 출전하여 여러 종목에서 고루고루 메달을 회득하여 이제까지 아시아가 세운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 비해 두배나 되는 선수를 출전시키고도 금메달 하나 따내지 못하고 퇴장하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그간에 일본에 대해 느껴왔던 가슴 아픔과 열등의식을 모두 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에 대해 더욱 큰 자신감으로 그들을 친구로 맞이 하면서 그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인식시키면서 세계 평화와 번영을 향해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은 여유가 생겨남을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와 문화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 미국에서 교육받은 재미 한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낸 한국의 강력한 문화의 힘인 한류는 아시아를 석권하고 세계로 용솟음치고 있으며, 피겨의 김연아를 위시하여 골프의 미셀위, 양용은 그리고 야구, 축구, 동계스포츠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한인들의 스포츠의 파워는 우수한 한국의 기술력, 기업력과 함께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내서 동방의 등불을 넘어 세계를 밝히는 위대한 빛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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