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올림픽 정신 어디갔나

2010-03-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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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그동안 황홀경으로 내몰았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전세계에서 날고 뛰는 국가별 대표선수들은 정말 눈물겨울 정도로 경기장에서 죽어라 갈고 닦은 재량과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여늬 올림픽때와 다름없이 지구촌의 수많은 인종들은 국가와 민족을 떠나 모두 흥분과 감격 속에 한 마음이 되어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드라마틱한 기량을 영상을 통해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는 특히 한국선수들이 전례없이 경이로운 점수를 기록해 국내외에 산재한 한국인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번 올림픽은 그야말로 어느 올림픽때보다도 더 감동을 준 한편의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올림픽이 갖는 본연의 의미보다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올림픽이 치닫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올림픽에서 늘 금메달을 거머쥔 사람만을 스타로 여기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달리는 선수들 모두가 하나같이 이미 스타의 반열에 서있건만 관중들의 관심은 오직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집중돼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 올림픽이 잘못돼 간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앞으로는 올림픽의 정신이 다시 원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열심히 경기하고도 목에 메달을 걸지 못하고 쓸쓸하게 돌아가는 선수들을 보면 이들에게도 열심히 잘 했다 응원의 박수를 쳐야 하는 게 마땅한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하면 고대올림픽이 열렸던 아테네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날 올림픽은 오로지 점수 위주, 금메달 위주로 나가다 보니 참가 선수들이 흘린 눈물과 그들이 불철주야 해온 노력과 수고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승자만이 누리는 영광이 올림픽인 것으로 점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간에 벌이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못해 비열하기 까지 할 정도로 모두 금메달에 집착하고 있다. 결국 금메달에 가려서 피눈물나는 연습속에서 아무리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거나 아예 메달조차 못따고 경기에서 패배하면 선수들은 경기전에 아무리 기량이 좋은 선수였다 할지라도 한마디도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야 하는 것이 요즈음의 올림픽 분위기다.
그것이 과연 올림픽이 지닌 참의미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피겨스케이팅분야의 김연아선수의 금메달 시상때도 볼 것 같으면 은메달을 딴 일본대표 아사다 마오와 동메달을 획득한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가 흘리는눈물 장면은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이들이 목에 건 메달은 금이든, 은이든, 동이든 누가 봐도 정말 모두 훌륭하고 대단해 하나같이 금메달 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사다마오의 얼굴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감격보다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마치 금메달을 놓쳤다는 듯 억울함이 아주 역력해 보였다.
오로지 금메달에만 쏠린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관중들의 관심과 바람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특히 금메달을 못따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도 겁이 난다는 말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실제로 금메달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점수에 못 들면 그 분한 감정을 선수들에게 온통 욕설을 퍼부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려 컴퓨터가 다운되는 일까지 종종 생기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다.이렇게 까지 해서 올림픽을 한다면 사실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본래의 올림픽 정신을 되찾아 이제부터라도 정말 올림픽이 전세계 국가와 인종을 하나로 묶고 화합과 평화를 꾀하는 그런 대회가 되도록 하는 건전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쿠베르탱이 올림픽 강령 속에서 강조한 올림픽의 이상과 정신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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