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등 지상주의 유감

2010-03-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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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 1부 부장대우)

지난 17일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28일 폐막식과 함께 마감했다. 이 기간 뉴욕일원 동포들도 마찬가지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TV와 인터넷을 통해 46명의 한국 대표선수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갖고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등 역대 동계 올림픽 최다 메달을 획득하며 사상 최고 성적인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한 것을 보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피겨퀸 김연아를 비롯 스피드 스케이팅의 남자 500m 모태범, 여자 500m 이상화, 남자 10000m 이승훈, 쇼트트랙 1000m와 1500m의 이정수 등으로 대표되는 빛나는 금메달리스트에 한인들은 말 그대로 열광했다. 특히 ‘피겨 퀸’에서 ‘올림픽 퀸’으로 등극한 김연아는 벌써부터 국민 영웅으로 떠 받혀지고 있는 인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축제의 장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노메달 리스트는 물론 이거니와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이름은 어느새 우리들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매스컴에서 조차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이름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현상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아마도 언제나 일등만을 원하는 한국민들의 일등지상주의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백분의 일초로, 순간의 실수로 아쉽게 은메달이 되거나 동메달을 따는 선수들이 국민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건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가 이에 못 미치기라도 하면 원성(?)아닌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대표적 케이스로 노골드에 머물자 일부에서는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가의 명예를 걸고 그동안 흘린 땀과 열정을 단순히 메달 색깔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닐 것이다. 이제 등수에 상관없이 노력한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칠 수 있는 여유 있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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