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권과 전쟁터

2010-0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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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엘름허스트)

점심시간 밥을 먹고 껌을 사러 근처 델리가게로 향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종종 애용하던 가게가 그날따라 줄이 엄청 길었다. 다른 가게를 갈까도 했지만 귀찮기도 해서 그냥 가기로 했다. 껌을 집어든 후 계산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데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앞줄 사람들 전부가 복권을 사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한두장씩 사는것이 아니라 수십장씩 사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랬다. 여기서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복권당첨 확률을 알아보자.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무려 1,400만분의 1정도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음 그렇구나 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을 수학적으로 따져보자. 하루에 한개씩 복권을 산다면 26만년이 지나야 겨우 한번 당첨될 수 있다. 하루에 10장씩 산다면 2만6천년이다. 한사람이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해 볼때 260대가 지나야 겨우 1개 당첨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낮은 확률인가.

확률이야 그렇다 치고 만약 당첨이 된다면 인생역전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힘들다’이다. 들어오는 돈은 일시 수령시 세금 떼고 1/3정도가 들어온다. 분명 그것만도 꽤 많은 액수다. 하지만 그때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게되니 생각지 않은 사람들이 접근해올 것이다. 곳곳에서 사업하자고 연락도 올것이고 투자하라고 권고도 받을 것이다. 아무런 지식도 사회적 위치도 없기에 이는 마치 알몸으로 전쟁터에 나간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마냥 편해질 줄
알았던 삶이 또 다른 전쟁터로 변할 뿐이다. 어차피 같은 전쟁터라면 복권당첨이라는 희박한 가능성에 투자와 노력을 쏟기보다 좀 더 확실한 미래를 계획하고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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