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모델링 ‘본전’뽑기 힘들다

2010-02-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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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 회수율 높이는 비결

불과 수년 전만해도 웬만한 주택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주택 매매 때 거의 ‘본전’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년 전에 비해 주택시장이 한파를 겪고 있는 요즘엔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다. 리모델링 매거진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주택 업그레이드 비용 회수율이 평균 87%에 달했지만 2009년엔 64%로 뚝 떨어졌다. 무턱대고 리모델링에 나서기 전에 비용 회수를 생각해 보고 철저히 계획을 세운 뒤에 실시한다면 주택시장이 어려운 시기에도 높은 ‘본전’을 찾는 것은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CNN 머니가 소개하는 최근 추세에 맞는 리모델링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기존공간 재활용·간단한 수리 등
적은 비용으로 바이어들에 호감
에너지 절약형 등 친환경 바람직


■ 간단한 수리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리모델링 추세도 많이 변하고 있다. 예전엔 고급 업그레이드 속하던 자쿠지나 ‘서브-제로’ 냉장고 설치가 유행이었지만 요즘엔 실속을 따지는 리모델링이 바이어들로부터 많은 환영을 받는다. 리모델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엔 집안의 각종 결함을 수리하는 것만으로도 주택매매 때 목돈이 소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붕이 새는 결함이 바이어들에게 알려지면 집을 보러 오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결함을 숨기고 거래를 시작했다가 바이어가 결함을 발견할 경우, 수리비에 기타 보상비까지 요구할 수 있다. 아무리 간단한 결함이라도 수리를 한 후 집을 내놓아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고 따라서 수리비용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 공간 추가보다는 재활용

최근의 리모델링 추세는 공간을 추가하기보다는 기존의 공간을 재활용하는 편에 가깝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이어들이 리빙 룸과 패밀리 룸을 별도로 갖기를 원하는 추세였다면 최근엔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쪽이다. 비용면에서도 기존의 공간을 재활용하는 편이 훨씬 적게 든다.

로드아일랜드 지역의 론 핍스 에이전트는 “리모델링이 최근에는 ‘양’보다는 ‘질’에 가깝다”며 최근 추세를 설명했다. 기존의 공간을 재활용하는 리모델링으로는 천장이나 지하실 공간을 개조하는 공사가 있는데 공사비 회수율이 꽤 높은 편이다. 만약 주방이 비좁다면 공간을 추가하기보다는 주방과 다이닝 룸 사이의 벽을 허물어 ‘개방형 구조’로 개조하면 공사비도 저렴하며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 친환경 업그레이드

친환경 업그레이드의 경우 집을 당장 팔지 않아도 거주하는 동안 각종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이다. 간단하게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으로 교체하는 것부터가 친환경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벽난로가 오래돼 대체해야 한다면 에너지 절약형으로 교체할 수 있다.


정부에서 에너지 절약형 업그레이드에 지원하는 세금혜택을 받으면 일반 벽난로 설치때 보다 500달러 정도 더 비용이 든다. 하지만 교체 후 연간 난방비용을 약 150달러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세금 혜택도 친환경 업그레이드에 따르는 장점이다. 현재 연방정부 프로그램의 경우 2010년도까지 최고 1,500달러의 세금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리고 각 지방 정부별 혜택까지 합치면 혜택이 더 커져 친환경 업그레이드를 고려해 볼만하다. 각 지방 정부별 혜택에 대한 내용은 웹사이트 ‘www.dsireus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최근 바이어들은 친환경 시설을 갖춘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주택 매매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핍스 에이전트에 “최근 주택구매에 나서는 바이어들을 살펴보면 첫 주택을 장만하려는 30대가 주를 이룬다”며 “이들 연령대는 대부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친환경적인 요소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전기 및 네트웍 시설 업그레이드

최근 전자제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인하되고 있다. 붙박이 가전제품이나 홈디어터 등을 꾸며놓고 나면 그럴싸해 보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제품이 출시되면 구형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또 최신형이 아닌 이상 제값을 주려는 바이어도 많지 않다.

반면 집 내부의 각종 전기나 네트웍 시설을 정비하면 비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벽면 내부의 낡은 전기 케이블을 새 것으로 교체하거나 집안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또는 케이블 TV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웍 환경을 갖춰 놓으면 바이어들의 인기를 끌 수 있다. 네트웍 시스템 중 하나인 ‘이더넷’(Ethernet) 설치비용은 침실당 약 80달러로 다른 업그레이드 비용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 동네 평균 이상 업그레이드는 삼간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고급 주방, 스파 시설이 딸린 욕실, 수영장 등 각종 고급 업그레이드를 실시해도 큰 문제가 없다. 옆집 업그레이드 상태와는 관계없이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집을 팔면 각종 비용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버드 대학의 주택시장 연구센터의 커밋 베이커 디렉터는 “이웃의 업그레이드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라”고 조언한다. 만약 대리석 카운터 탑을 설치한 집이 이웃에 여럿 있다면 대리석 카운터 탑으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해 볼만 하지만 이웃이 전부 인공 대리석 카운터 탑인데 본인만 굳이 대리석 재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주택가격 하락 때에는 교체에 들어간 비용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거주 기간 고려

어느 투자나 다 그렇듯 수익 회수 기간이 길수록 투자 위험은 적어진다. 리모델링도 마찬가지다. 만약 당장 공사를 해서 5년 이상 거주할 목적이라면 공사에 들어간 비용을 거의 회수할 수 있다. 만약 5년 내에 집을 팔 계획이라면 당장 필요한 리모델링 공사를 먼저 실시한다.

주택시장 한파와 동시에 리모델링 업계도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따라서 최근 업계에서는 일감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비 할인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당장 이사 갈 계획이 없고 가계부에 여유가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리모델링 공사에 나설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HSPACE=5
최근에는 공간을 추가하기보다는 기존의 공간을 재활용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리빙 룸, 패밀리 룸, 서재 등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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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새 제품이 출시되는 가전제품을 교체하기보다 낡은 전기 시설을 교체하거나 네트웍 환경을 구축하면 낮은 비용으로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끌 수 있다. 사진은 홈네트웍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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