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

2010-02-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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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지난 2월 16일 뉴저지 주 모리스타운에서 색다른 행사가 있었다. 길잡이 개 1만 5천 마리를 훈련하고 그 주인이 될 시각장애자 8천명의 졸업생을 낸 ‘보는 눈 학교(The Seeing Eye School)’의 축하식이었다. 여기에 출석한 조세핀 디피니씨(70세)는 뉴욕에서 사회사업과 심리치료사로 50년 동안 일하고 은퇴하였는데 평생에 아홉 마리의 길잡이 개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시각장애자에게 길잡이 개는 자유를 주고 안전과 자신감을 주며 삶을 아주 편안하게 합니다. 개들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입이다. 아마 열 번째 길잡이 개의 신세를 지면 나도 그와 함께 하늘나라로 가겠지요.”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 콘웨이 군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도하였다. 그는 선천성 당뇨병으로 실명한다. 그러나 그는 슬픔 속에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결심을 한다. “이제부터 남은 나의 생애를 길잡이 개를 되도록 많은 시각장애자에게 선사하겠다.” 그는 뉴욕에서 출발하여 북쪽 끝에 있는 메인 주까지 ‘길잡이 개 후원 모금 도보행진’을 결행하여 3만 달러를 모아 길잡이 개를 선사하였으며 앞으로 같은 목적으로 스카이다이빙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길잡이 개는 시각장애자들에게 생명의 환희를 맛보게 하는 빛이 되는 것이다.


구약성경의 예언자와 시인들은 “하나님을 앙망(仰望)하라”는 말을 자주 쓴다. 즉 우러러 보라고 권고한 것은 마음의 눈을 뜨라는 말과 같다. 사람은 눈물 때문에 못 볼 때도 있고, 의심 때문에 마음의 시력이 약해질 경우도 있으며, 고통 때문에 영안이 흐려지고 욕심 때문에 정신적 시각장애자가 될 경우도 있다. 이런 인간에게 성경은 눈을 뜨라고 충고한다.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하나는 어둠을 만드는 인간, 둘째는 어둠 속에 묻혀 사는 인간, 셋째는 빛 속에 안주하는 인간, 넷째는 빛이 되는 인간이다. 그리스의 고대 도시국가 코린토스에서 현대의 올림픽처럼 여러 나라의 운동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있었다. 육상 종목 중에 릴레이가 있었다. 지금처럼 4인이 한 조가 되어 일정한 거리를 달려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는 경주이다. 현대와 다른 점은 바통을 횃불로 한 것이다.

따라서 빨리만 달린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횃불이 꺼지지 않도록 달려가 전달해야 한다. 코린토스 화폐에 “빛을 전하라.”는 국민표어가 새겨져있었다. 모든 국민이 빛의 릴레이에 참가하는 정신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단편의 왕자라는 문인 오 헨리(1862-1910)는 평생 뉴욕에서 살았다. 임종이 가까웠을 때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등불을 더 밝게 해다오. 나는 어둠 속을 걸어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은 차를 타고 다니니까 이 말이 실감나지 않지만 걸어 다니던 시대는 가로등 한 개가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집집마다 외등 한 두 개씩은 밤새 켜놓는다. 비단 보안의 목적만이 아니라도 빛은 나와 이웃에게 아늑함과 밝은 마음을 갖게 한다.

3중고(重苦)의 자선사업가 헬렌 켈러(1880-1968)는 좌절 속에 신음하는 어떤 청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얼굴을 태양 쪽으로 향하시오. 그러면 당신의 그림자를 보지 않게 될 것이오.” 이 반대의 말은 자기의 그림자를 보려면 태양을 등지면 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예수를 큰 빛이라고 생각할 때 예수를 바라본다는 것은 나의 어두운 그늘을 안 보는 긍정적인 삶의 비결이 되기 때문이다. 성경의 첫마디는 “빛이 있으라.”(창세기 1장3절)는 창조자의 의지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별이 해에게 어둠이 무엇인지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캄캄한 굴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나 해가 들어서는 순간 굴속은 광명으로 찼기 때문에 해에게 어둠을 이해시킬 방법은 없었다는 것이다. 흑암을 해결하는 길은 어두워진 원인을 분석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빛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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