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집 마련 꿈’서민 울리는 캐시 오퍼

2010-02-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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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동원력 높은 투자그룹들 차압주택 싹쓸이

주택 구입금액 전액을 현찰로 지불하는 ‘캐시 오퍼’(cash offer)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거주를 목적으로하는 ‘실수요’ 바이어들이 ‘내집 장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MSNBC가 최근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전국에서 거래된 기존 주택 중 약 22%가 융자 없이 전액 현찰로 지불된 캐시 오퍼를 통해 매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12월 캐시 오퍼 비율은 200년 12월보다 약 6%포인트 올랐으며 캐시 오퍼 비율이 약 30%로 가장 높았던 지난해 3월과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캐시 오퍼 비율은 두드러지게 높은 지역은 가주를 비롯, 플로리다, 애리조나, 네바다 등 대부분 주택 차압 비율이 높은 지역들이었다. 샌디에고 소재 부동산 정보회사 MDA데이터퀵사의 조사에 따르면12월 중 마이애미 지역의 캐시 오퍼 비율은 약 54%로 절반이 넘는 기존 주택이 캐시 오퍼를 통해 팔렸다. 같은 기간 라스베가스 지역과 남가주 지역의 캐시 오퍼 비율도 각각 약 46%, 약 25%로 타지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캐시 오퍼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현금 동원력이 강한 부동산 투자그룹이 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투자에 적합한 차압주택 ‘사냥’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 바이어들은 수년만에 찾아온 바이어스 마켓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내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만 하는 경험을 겪기도 한다.


휴겟 부부도 캐시 오퍼와의 경쟁에서 번번이 지는 바람에 현재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구상중이다. 부부는 첫 오퍼를 제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고액의 다운페이먼트나 캐시 오퍼를 앞세운 경쟁 바이어들에 밀려 결국 현재까지 집을 장만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부부는 캐시 오퍼와의 경쟁을 피하기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의 침실 3개, 욕실 2개짜리 집을 34만달러에 구입하기 위해 접촉중이나 아직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부인인 멜리사 휴겟은 “집을 장만하려면 우리에겐 이 방법밖에 없다”며 “다른 경쟁 바이어와 부딪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상 캐시 오퍼 현상에 혀를 내두르기는 마찬가지다. 우드랜드힐스 지역 콜드웰뱅커의 스테파니 비타코 에이전트는 “20년간 부동산 중개업무에 종사하는 동안 이처럼 많은 캐시 오퍼 거래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가주에서 센추리21과 콜드웰뱅커 대표로 있는 제임스 조셉은 “셀러가 같은 조건의 오퍼라면 캐시 오퍼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낮은 주택감정 결과로 인해 거래가 무산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주택시장에 재고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여서 당분간 이같은 캐시 오퍼 현상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 바이어들이 전문 투자 그룹에 비해 현금 동원이 쉽지 않더라도 좀 더 발 빠르게 주택 구입을 준비하면 원하는 주택 구입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주택 구입 시 캐시 오퍼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요령들이다.

▲연방주택국(HUD)이 경매를 통해 처분하는 매물을 살펴본다. HUD 경매매물은 시장에 나온날로부터 5일간 거주 목적의 ‘순수 바이어’에게 우선 매입권이 제공된다. 이 때문에 첫 5일동안 투자 목적의 투자 그룹이나 세컨드 홈 구입 바이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 HUD에 등록된 부동산 중개업체의 도움을 받으면 경매 매물 구입이 좀 더 수월하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최근 은행에 압류된 주택정보를 의뢰한다. 은행에 압류된 후부터 매물로 주택 시장에 나오기까지 때로는 수주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에 중개인을 통해 해당 주택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또 이 기간을 적극 활용해 해당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여러 서류를 준비하는 등 철저히 대비할 수도 있다.


▲은행의 차압 매물 담당자나 셀러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편지에 해당 주택을 반드시 구입하고 싶은 이유와 처지 등을 호소력 있게 설명하면 도움이 된다.

▲구입 금액의 최소 20%이상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고 오퍼 제출 전 반드시 융자 사전 승인서를 준비해 함께 제출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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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그룹 등이 주도하는 캐시 오퍼 비율이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이때문에 ‘실수요’ 바이어들이 내집 장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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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네바다, 애리조나, 등 주택 차압률이 높은 지역의 캐시 오퍼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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