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중 언어의 필요성”

2010-02-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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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취재 1부 기자)

미국 이민 생활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언어 즉 영어를 선택하게 된다.1.5세인 기자도 영어 구사력으로 인한 한계를 일찌감치 경험(?)했기에 하루 중 상당 부문의 시간을 아직도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영어 구사력을 높이기 위해 집에서 한국어 대신 영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부모들이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경우 일상적인 대화를 영어로 진행하는 모습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방법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어 구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영어 구사가 완벽해 진 뒤 한국어를 가르치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큰 뒤에 다른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매일 저녁 영어회화 책을 붙들고 잠을 설치는 우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며칠 전 맨하탄에서 중국과 미국의 외교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공연이 중국공영채널 중앙방송(CCTV)의 녹화방송 형식으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중국과
뉴욕에서 유명한 연주가 및 가수, 오페라·파페라 가수 등 18개 팀이 참여한 이날 공연은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수준급이었다.그러나 중국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 공연자들의 세계 정상급 공연보다 본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이들의 완벽한 영어·중국어 이중 언어 구사였다.

미국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는 50대 공연자부터 2세는 물론 혼혈아까지 이들은 모두 중국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중국, 미국 관객과 함께 호흡했다.한인 1세들의 행사는 한국어로, 한인 2세들의 행사에는 영어로만 진행되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본 기자에게는 이번 공연은 큰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타민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에 자신 있게 영어로 연설하는 한인 어른들의 모습과 인터뷰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완벽히 진행할 수 있는 성공한 한인 2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을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
어른들은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영어 학습에 매진해야 하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도 영어교육만큼 열심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언젠가 맨하탄 한 복판에서 한국어, 영어로 세대와 인종을 뛰어넘는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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