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부의 적, 그리고 회색분자들

2010-02-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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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 (내과전문의)
그가 관여하는 조직이 끝내는 휘청거리고 분란이 많고 끝내는 파괴되어 가는 것을 여러번 보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떼지 않았다. 하지만 드디어 스스로 그 정체를 드러내는 행위를 과감히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건데 그 정체를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뀔 때의 허탈, 슬픔 그리고 신뢰의 배신에 대한 분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연루된 생각이 냉전(冷戰)시대의 첩보전 영화처럼 좀 으시시한 제목 ‘내부의 적’을 생각나게 하고 그 회색분자들이 이중첩자질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렬한 이념투쟁의 연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한국 언론방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있는 한인이라면 현 정권 탄생부터 세상을 소란스러움을 지나 발칵 뒤집은 광우병 소동에서부터 일련의 사건들이 생각날 것이다. 정권연장에서 실패한 소위 한국식 진보좌파들이 벌여온 난동이라 감히 말함이 좀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단어를 찾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음을 고백한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1945년 해방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까지 그 3년사이의 정치 사회혼란이 그대로 재생되고 있다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그러나 3년간의 북한에 의한 기습남침은 국토를 초토화 한 것은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겠지만 하루아침에 그토록 좋아보이던 이웃이 빨간 완장차고 설치는데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는 전쟁사를 읽으며 내부의 적들을 생각치 않을 수 없는 계기를 주었다. 그후 50여년간의 보수정권이 이어갈 수 있었던 주요동기를 부여했던 것이다. 한국의 보수나 진보개념은 여기와는 달라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에 그 경계가 지어지는 듯하다. 거기 따른 것이 ‘우리끼리’니 ‘민족’이라는 말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동일)민족이란 동일한 지역, 언어, 생활양식, 심리적 습관과 문화, 역사 등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남북한이 어느 하나의 조건이라도 충족시키고 있는지는 독자의 몫이다. 60여년을 갈라서서 떨어져 살아왔으니 너무나 달라진 ‘두 개의 민족’이 DNA적으로만 동일한 민족의 통일을 우리는 소원이라며 오늘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참 어려운 난제다. 와중에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2대 1의 전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탄생에서부터 국가정체성까지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세력과의 싸움이다. 이념논쟁이라지만 국가존망이 걸린 한판의 싸움이 물밑에서 표면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 내부의 적들이나 회색분자들의 궁극적 파괴행태로 우리의 세상살이가 더욱 머리 아프고, 허탈하고, 슬프게 되는 것이다. 신뢰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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