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 교사란?

2010-0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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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아이들이 내가 왜 ‘미스(Ms.)’냐고 할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단지 선생님일 뿐이다. 내가 미혼인지, 기혼인지, 이혼을 했는지, 혹은 아이가 있는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단지 선생님으로서 너희들과 교감하고 너희들의 배움을 이끌어 나가고 싶다 (I’m just a teacher. It doesn’t matter whether I am single, married, divorced or have children. I’m a teacher and I want to interact with you so that I can facilitate your learning)”하고 긴 연설을 시작한다. 간단하게도 대답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해 주세요. 그럼 우리 공부 계속할까요?(Please don’t ask personal questions. We must get going with our lesson” 하고 대답할 수 있는가 하면, “나는 결혼을 했고, 쌍둥이 딸이 있고, 내 남편은…” 하고 대답을 할 수도 있는 것을 왜 그리 복잡한 설명으
로 들어가 정체성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가? 이 설명은 다음과 같다:나는 여자이기에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 결혼을 했기에, 아이들 엄마이기에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 많은 생각과 경험 끝에 ‘나는 순수한 아이들과 내 생을 보내는 게 행복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내가 선택한 직업이 교사직이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교사는 참 편한 직업이다’ ‘여자에게 아주 적합한 직업이다’ 또는’ 아이들 키우면서 편히 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하고 많이들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교직은 많은 책임을 느끼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심각한 직업이다. 놀고 먹는 직업이 아니고 스스로 고민하고, 공부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직업이다. 학교의 일, 학생들의 생각이 항상 머리 속을 맴도는 직업이다. 여자이니까 남자보다 더 섬세하니까 선택하는 직업은 아니다. 우리학교에는 그리고 주위에는 여자보다 더 섬세한 남자 교사도 많다. 아니면 나 같이 섬세하면서도 씩씩한 여자 교사도 많다. 직업을 어느 틀에 놓고 생각하면 그 틀 밖의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게 되는 방학중에도, 나는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게 된다. ‘날씨도 더운데, 잘 지내고 있겠지? ‘엄마 만나러 가서, 오랜만에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겠지?’ ‘부모님이 모국을 방문한다면 그 곳에 가 있겠지?’ ‘부모님이 일하시니 언니, 오빠랑 집에서 텔레비전 보면서 여름방학을 지내고 있겠지?‘ 하고 학생들에 대한 생각들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와중에 두 딸의 엄마로서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과도 다정하고 뜻 깊은 시간을 방학동안에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이렇게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공부하고 배우고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교사직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성경말씀에 나오듯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무’ 에서 ‘유’를 가르치고 이론과 현실을 연관시켜 주며, 앞날을 희망차게 내다볼 수 있는 소망을 안게 하고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는 사랑의 일이다. 다음부터는 교사를 보면 “여름에 놀고 먹어서 좋겠다” 하기 보다는 “미래를 설계하느라 얼마나 힘드세요” 하면서 격려의 한 마디라도 던져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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