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구호는 전문구호기관을 통해

2010-0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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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 1부 차장)

“재난지역을 무조건 방문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11명의 KPM 의료선교팀을 이끌고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으로 의료봉사를 떠났다가 지난 3일 뉴왁 공항에 도착한 명광하 전문의의 일성이다. 명 전문의는 아이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준비 없이 무작정 의료봉사에 나섰다가 발길을 돌리는
의사들이 많았다며 철저한 사전준비를 강조했다.

도와야겠다는 마음만으로 무작정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오히려 구호활동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으로 재난지역에서의 긴급 구호활동이 얼마나 큰 전문성을 요하는 지를 엿보게 한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던 KPM 의료선교팀은 유엔 미군의 도움을 받아 탱크와 군 병력까지 동원한 가운데 미군의 철통같은 호위 속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구호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난을 당한 이재민들의 심리상태는 매우 불안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물과 식량이 부족해지면 약탈과 폭력이 급증하고 심지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다는 것.


지난달 아이티 지진피해 현장을 방문, 구호활동을 펼치고 돌아온 뉴저지늘푸른장로교회의 조항석 목사도 구호물품 배포에 나섰다가 갑자기 몰려든 이재민들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조 목사 역시 군인들의 호위를 받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이 발생했던 것. 조 목사는 재난지역에서의 긴급구호는 전문기관을 통해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아이티 지진참사 발생 후 가장 먼저 긴급구호에 나선 기관은 월드비전이었다. 세계적인 기독교 구호기관인 월드비전이 이처럼 신속하게 아이티 긴급구호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현지인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월드비전 아이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와 월드비전이 공동으로 전개한 이번 아이티 돕기 성금모금에 많은 한인들이 동참했다. 본보를 통해 월드비전에 전달된 성금들은 이미 아이티 긴급구호 현장에 투입, 수많은 이재민들에게 삶의 새 희망을 전했다. 현지인보다 그 나라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있을까? 때문에 구호는 현지인이 함께하고 있는 세계적인 구호기관을 통해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무조건적인 방문이나 현지에서의 관리기능이 없는 구호기관에 대한 기부는 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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