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준비된 브랜드 ‘태권도’

2010-0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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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서(Martial Arts Depot 대표이사)

‘국기에 대한 경례, 차렷, 앞차기!, 옆차기!’ ‘예스, 썰’ 미국의 여느 태권도장을 가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공통된 구호이다. 한글의 제 2 외국어화는 국력을 나타낼 외연이라면 그에 앞선 태권도로 인해 숙지하고 있는 한글은 아마도 한글 보급의 시초가 될 것이다. 내가 미국에 왔을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고 놀랐던 것은 어느 타운에 가도 노란 머리 서양아이들의 도복 어깨에 성조기와 나란히 겨누어 달린 태극기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올림
픽에서 온 국민의 관심 가운데 메달을 따서 떠오르는 태극기를 보는 가슴 벅찬 감명 못지 않았다. 이제 태극기를 미국 전역의 어느 태권도 도장에 가도 쉽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볼 수 있다.

어느 태권도 관련 단체장은 30여 년 전에 ‘코리안 카라데’라는 간판을 걸고 태권도를 가르쳐야 했을 만큼 미국에서 태권도는 생소한 무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어엿하게 ‘태권도’란 이름을 걸고 미국 학생들을 가르친다. 최근 한류는 연예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와 정서가 유사한 인근 국가에 불과하다. 하지만 태권도는 문화가 전혀 다른 서양세계에서도 이미 30년여 전부터 깊숙히 뿌리박고 있다. 초기에 먼저 와서 고생한 태권도인들의
노고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카라데가 태권도보다 먼저 미국에 들어왔지만 정적인 면만을 강조하여 쇠퇴해가는 반면 태권도는 무술 중에서도 역동적이고도 정신과 육체 모두의 발달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준비된 면이
적지 않다. 또한 우리 문화 고유의 인내, 예절, 존경심 등이 복합되어 미국인들의 눈에는 경이로운 동양 무술의 대표가 되었다. 허리 굽혀 인사하여 연장자와 스승에게 예의를 표하는 태권도인의 모습은 이제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예절의 원천이 되었다.


더구나 마약에 빠지거나 인내심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자식을 둔 부모들이 어쩌다 접한 태권도로 인해 개과천선한 경우는 태권도의 광신도가 된다. 그로 인해 특별한 투자없이 한국을 가장 잘 알린 대표가 되었고, 미국 태권도 연맹은 미국 올림픽 연맹에서도 힘있는 단체 중 하나이다. 워싱턴의 어느 사범이 대통령 경호실, FBI 요원들을 가르쳐서 유명하게 된 이야기는 이미 알려
진 사실이고, 어느 태권도 사범은 우범지역에서만 20여 년 이상 아이들을 가르쳐 배출한 제자만 수천 명이고, 잠재적인 범죄자들이었던 이들이 경찰, 변호사, 의사등이 되어 미국 사회의 리더 그룹이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미국 전역에 각 지역의 교육에 각별한 관심이 많은 유력한 리더 그룹은 본인과 자식을 망라하여 태권도를 배우거나 접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지역의 태권도 사범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제 태권도인의 영향력은 지역 정치인에까지 진출하는 모습으로 발전되었다. 작년 한국 정부는 한국을 대표할 10대 브랜드 중 하나로 태권도를 선정했다. 당연한 결과이다. 한국문화원은 최근 미국의 정규학교에서 태권도 수업을 할 경우 도복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메샤추세츠 주에서는 50여 개 이상의 학교에서 태권도 수업이 생겼을 만큼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태권도 보급이 다시금 탄력을 받고 있다. 미 전역에 2010년 1월 현재 태권도장 수는 30,000여 개라고 한다. 나는 태권도장의 수가 단지 태권도만을 가르치는 도장의 숫자에 그치지 않고 태극기를 걸고, 한국의 문화와 예절 그리고
한글을 알리는 외교공관의 수라고 비약해본다. 전세계를 통틀어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범들이 바로 우리의 외교관들이라면 그에 대한 지원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지금 미국의 태권도 도장들이 금융위기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처럼 잘 견디고,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다시금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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