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과 이성

2010-02-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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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프린스턴 참빛교회 목사)

최근 한 전 언론인이 쓴 ‘아인슈타인의 편지’란 제하의 칼럼을 읽었다. 내용인즉, 아인슈타인의 자필 편지가 최근 발견되었는데 거기서 그는 종교를 유치한 미신으로, 신(神)이란 단어는 인간의 나약함의 표출이며 성경은 훌륭하나 어리석은 책이라 표현하였다는 것이다.

이 칼럼 기고자는 더 나아가 하이티의 대 지진은 ‘물질 세계의 운동법칙에 따른 자연의 무의미한 폭력이 빚어낸 참사’일 뿐인데 이에 대한 기독교 목사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한탄하면서 위대한 과학자의 비판을 계기삼아 종교가 맹목을 버리고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합리적 윤리규범으로 무장한 도덕운동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였다.그러나 흔히들 생각하듯 신학과 과학은 별개의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자연과학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


물리학은 에너지나 엔트로피등 물질적 구조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지만, 생명의 기저엔 물리학이 미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생물학과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생명의 비밀도 파헤치고 있고 생명의 창조도 더 이상 신의 영역이 될수 없다는 오만한 망상이 떠돌아 다니지만 이것은 단지 “인간의 미망(the human delusion: 환상, 착각)”일 뿐이다. 리차드 도킨스가 아인슈타인에 대해 처음부터 신을 고려하지 않는 과학자의 인생이었다고 했다는데 당연한 것은 과학자는 증명으로써만 물리적 존재를 설명하는 신분이기 때문이다.

무신론자들에게 있어 궁극적 실재는 우주일 뿐이며, 우주는 자연법칙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며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하이티의 대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을 ‘물질 세계의 운동법칙에 따른 자연의 무의미한 폭력이 빚어낸 참사’일 뿐으로만 해석할것을 요구하며 어떤 종류의 영적인 의미부여와 해석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재난과 환난과 재림에 대한 말세의 징조에 대해 우리에게 분명히 제시하고 있으므로(마24:3-14; 막13; 눅21:7-19)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근거해 시대의 징조를 분별할 영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무엇인가? 하나님의 초자연적 신성과 역사를 인정하는데서 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성질의 존재로서 영원한 능력과 신성을 지닌 분이기 때문이다(롬1:20)..우리가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치 못하고 철학적 사변의 대상으로만 간주할 때는 불완전한 이성의 한계로 인해 좌절할수 밖에 없다. 즉 완전주의에 기반한 무기력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이는 이성만을 맹싱하는 미혹과 교만의 영의 지배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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