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말

2010-0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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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말 한 마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수 있다. 반면, 아무 의미도 없이 내 뱉은 저주스런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이처럼 말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마력 같은 것이 있다. 말은 인격을 나타낸다. 좋은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본을 보여 왔다고 해도 그의 입에서 상스런 말이 튀어 나온다면 사람들은 그를 더 이상 인격자로 보기 힘들다. 말은 교양을 나타낸다. 교양은 하루아침에 닦아지는 것이 아니다. 말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말이 닦아지는 것은 아니다. 말은 교육되어져서 나온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욕을 먹으며 자란 사람이 있다. 욕이란 한 마디로 부정적인 말이다. 긍정적인 말에서는 욕이 나올 수 없다. 욕을 밥 먹듯이 먹으며 자란 아이는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용기를 갖기 보다는 눈치만 보게 된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이번엔 또 무슨 욕을 먹을까”라며 늘 불안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칭찬을 들으며 자란 사람이 있다. 칭찬은 긍정적인 말이다. 긍정적인 말을 들으며 자란 어린이는 커서도 매사에 용기를 갖는다. 비록 사는 것이 잘 사는 형편은 아니라도 당당하다. 눈치를 안 본다. 자신이 칭찬을 들으며 자라왔기에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말을 하게 된다.


말은 상대방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측정치)가 될 수 있다. 회사에 입사시험을 치룰 때 가장 나중에 치루는 것이 면접이다. 면접은 말로 하는 것이다. 1차, 2차 시험에 합격되었다 해도 면접시험에서 떨어지면 불합격이다. 면접시험에서는 시험관들이 응시생들의 말을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한다. 시험관은 실력이 좀 모자라도 사람 됨됨이가 된 응시생을 뽑을 것이다. 당당하게 말하는 긍정적인 태도의 응시생을 합격선에 포함시킬 것이다. 한국의 어느 대기업 회장은 사람의 관상을 중요시했다 한다. 그러나 관상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말이다. 말 속에는 말 하는 사람의 모든 것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말이 많은 사람이 있고 말이 적은 사람이 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길이 없다. 한 번 실수한 말은 그대로 영원히 실수일 수밖에 없다. 말이 적은 사람보다 말이 많은 사람이 더 실수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말이 적은 사람이라고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막나오는 말이라 해도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말은 의사소통의 기구다. 말을 통해 대인관계가 원만해 진다. 서로의 오해가 있을 때,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오해는 영원히 풀어지지 않는다. 자폐증 환자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거의 벙어리처럼 지내는 환자도 있다. 말은 의사소통의 기구인데 말을 하지 않으니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병자 취급하는 것은 당연해진다.

정치인들의 말 중에는 번복하는 말들이 많다. 당선되기 전 공약 때와 당선 후엔 말이 바뀐다. 정치니 그럴 수밖에 없을까. 너 나 할 것 없이 바뀌는 정치인들의 말 속에는 신뢰가 있을 수 없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틀리 듯 말이 바뀐다. 아쉬울 때와 아쉽지 않을 때, 말이 다르다. 그렇게 말을 바꿔도 정치가 되니 다행이다. 지나 온 속담들을 통해 말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사돈 남(의)말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등등.되는 집안은 부부 사이에 그리고 부모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자식들과 말을 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식들이 성공하고 못하고는 전적으로 부모, 특히 어머니의 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
은 아니다. 인격과 교양은 말과 통한다.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우리의 이웃과 세상을 밝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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