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식지 않은 한인사회의 아이티 사랑

2010-02-02 (화)
크게 작게
김노열 (취재 1부 부장대우)

사상 최악의 지진이 아이티 전역을 폐허의 잿더미로 만든 직후 세계적인 구호기관 ‘월드비전’과 공동으로 성금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본보 성금 접수창구에는 ‘비탄에 빠진 피해자’들과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각계각층의 성금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벌써 성금 접수를 시작한 지 20일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아이티를 향한 한인사회의 온정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한인 교회와 사찰, 성당 등 종교 기관들은 물론 네일살롱, 세탁소, 뷰티서플라이, 델리, 청과상 등 가뜩이나 불황으로 쪼그라든 매상을 선뜻 쪼개 기탁한 한인 자영업주들과 ‘점심 끼니를 줄이고’ ‘빈캔을 줍고’ ‘이발비를 아껴서’ 모은 성금을 아이티 지진참사 구호성금으로 맡겨 온 50대의 ‘얼굴 없는 기부 천사’. 여기에 거동이 불편한 한인 노인분들과 이제 막 A, B, C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한 유치원생들까지 아이티의 재해가 ‘남의 일’이 아니라며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난민 돕기에 한마음 한 뜻이 되고 있다.
오랜만에 목격하는 한인사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같은 한인사회의 온정 물결은 어느덧 미 주류사회에 알려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이티에 보낼 헌옷 수집 운동을 펼치고 있는 뉴욕한인드라이클리너스 캠페인 장소를 들른 60대의 미국인 노신사는 “타민족을 위해 쉽지 않은 일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한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매장내에 모금함을 설치한 한인식당을 찾은 40대 중국인 중년 여성도 “한인들의 아이티 구호 동참 열기에 인상이 깊다”며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뒤돌아보면 그동안 한인사회가 이처럼 한마음 한뜻이 돼 타민족 돕기 위한 일에 나선 적도 별로 없는 듯하다. 오히려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이번 사상 초유의 아이티 대지진 참사 구호 운동을 계기로 한인사회의 따뜻한 마음이 미국인들을 비롯한 타인종들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아로 새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