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이 숨어 있는 곳

2010-02-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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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인의 신앙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모두들 열심히 행복을 찾아 나선다.

어떤 이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고 앞뒤 안 가리고 돈 버는 데 평생을 바친다. 또 다른 이는 명예와 영화가 행복인 줄 알고 열심히 그 길로 뛰어든다.

그런데 문제는 잡힐 듯 잡힐 듯 하는 그 행복을 소유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붙들었다고 생각하면 행복은 어느 틈엔가 빠져나가 저 건너편에 환상의 무지개로 걸려 있다.


어느 날 행복을 찾아 나선 젊은이가 인근에 사는 랍비를 찾아갔다. 나이가 든 랍비는 지혜롭고 성덕이 뛰어나다는 칭송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자문을 구했다.

청년이 방문했을 때 마침 랍비는 방문 앞 넓은 정원 가운데서 무언가 찾고 있는 중이었다.

하도 그 일에 열심이어서 방문객마저 알아채지 못한 눈치였다. 한참 후 참다 못한 청년이 말을 걸었다.

“랍비시여! 무엇을 그렇게 정신없이 찾고 계십니까?” 그러자 랍비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잃어버린 금화”라고 답했다. 청년도 합세하여 수시간 동안을 열심히 살펴보았지만 허탕이었다.

석양녘이 되어가자 마지막으로 청년이 랍비에게 금화를 ‘어디서’ 잃어버렸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처음으로 눈을 들어 청년을 지긋이 눈여겨보던 그가 하는 말이 ‘방안’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어이가 없어 잠시 할 말을 잃었던 청년이 한참 후 항의하듯 대들었다. “진작 방안에서 금화를 잃어버렸다고 했더라면 바깥 정원에서 이처럼 하루를 허송세월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방안에서 잃은 금화를 정원에서 찾느라고 온 종일을 허비하느냐고 화가 나서 따진 것이다.

그때서야 랍비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들은 한 세상을 이토록 헛수고하면서 아직도 행복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진정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할 행복을 마음 ‘밖’ 세상 가운데서 찾고 있음을 깨우쳐 준 랍비의 혜안이었다.


실제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행복을 찾아 나선 우리네 인간들은 행복을 ‘밖’에서 찾아야 하는 걸로 잘못 믿으며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닌 ‘내일’ 안에 그 행복이 담긴 줄로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철학자 로버트 잉거솔은 다음 같은 명언을 남겼다. “행복한 때는 ‘지금’이고, 행복은 바로 ‘여기’ 마음 안에 있다.” 우리가 행복을 못느끼는 것은 행복의 외적 여건이 안 돼서가 아니라 현재 이 순간과 현재 함께하는 사람들과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정 현재 이 순간의 삶과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 줄 아는 자는 행복을 소유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 자다. 그래서 현대의 유명한 영성가인 토마스 머튼은 “영성생활에 있어서 비현실의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고 말하면서 현실도피적인 영성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경고한 것 아닐까.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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