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티의 파란 내일

2010-02-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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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온 천지를 벌거숭이들이 가득 메웠다. 어디에 그런 곳이 있나. 바로 요즈음의 ‘아이티’ 이야기다. 그들이 큰 재난을 당했지만 옷은 제대로 입고 있는데.... 맞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옷을 입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옷들은 홀랑 벗은 알몸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으니까, 몸을 보호하려고, 공중도덕이라는 것을 위하여... 등의 거추장스러운 옷들을 훨훨 벗어
내던졌다. 그리고 외친다. “배가 고프다”이 말을 듣고 그들이 벌거숭이라고 탓할 수 있는가. 먹는다는 것은 삶을 위한 기본이다. 그런데 며칠을 굶었으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만 한다. “잘 곳이 없다” 이 말도 그들의 절규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안식처가 없다니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할 일이 없다” 그러니 아무 데나 헤맬 수밖에 없다. 헤매다가 남의 것을 빼앗다가, 싸우다가, 허물다가, 뛰다가... 맨몸으로 허기짐과 허탈감과 흐르는 시간을 채우는 그들을 가리켜 미개한 사람들이라고 평할 수 있을까. 그 말조차 사치스런 현실이다.

세계 각국이 보내는 구제품은 공항에 있는 모양이다. 도로가 파손되어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 하는 것 같다. 마치 그림의 떡처럼 안타깝다. 하여튼 그들은 아직도 헐벗고 허덕일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아이티’는 알고 보면 존경스런 나라이다. 노예들이 점령국의 힘을 물리치고 독립국이 된 유일의 나라인 까닭이다. 아이티의 생산품이나 매장품에 욕심이 있는 유럽 나라들의 제국주의에 항거하여 나라를 세운 그 기백이 놀랍다. 하지만 탐욕스런 정치가나, 통치력이 부족한 정치가를 만나서 빈곤에 허덕이게 되었다. 요즈음 세계가 외친다. ‘아이티의 정부는 어디에 있느냐’고.이렇게 참담한 현실에서도 새로운 내일,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뒷받침한다.


첫째, 아이티 사람들의 재생력이다. 그들이 보여준 혼란 상태, 무질서는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양상이 평상시의 아이티 사람이 아니다. 이럭저럭 강진 10 여일이 경과되면서 아이티 사람들은 줄서서 배급품을 타게 되었다. 망치를 들고 주택을 짓기 시작하였다. 학교에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듣고 있다...등 아이티 사람들은 ‘질서’라는 옷들을 찾아 걸치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우수함을 증명하는 예는 미국의 흑인 의사 1%중, 11%를 차지하는 것이 아이티 사람이라고 한다. 그들은 재생할 힘이 충분하다.

둘째, 세계인들의 관심이 ‘아이티’에 모였다. 세계가 ‘아이티 살리기’에 마음을 모았다. 어느 나라는 “아이티를 식민지로 할 것이냐”고 구호사업을 견제하는 모습조차 보인다. 하여튼 모두의 눈길이 그 곳에 머물며,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반갑다. 그 중에서도 이미 있던 28만 명의 고아 수에, 10만 명 더 보태졌다는 고아들은 다른 세상에 있다. 평화롭고 순진한 모습이 아이티의 앞날을 상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그들을 입양하는 부모들의 비행장 마중 장면은 가슴을 뜨겁게 하며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이 생명들이 자라서 아이티계를 형성할 것이다.

셋째, 인류역사가 발전한 발자취를 보면, 큰 재난을 이기고 새로운 발전을 하였다. 세계적인 규모로 이어지는 ‘아이티 살리기’는 새로운 건축재료와 건축양식으로 자연 재난을 이기게 하고, 그들이 새로운 살림을 할 수 있는 거주지를 마련할 것이다. 또한 아이티 사람들의 생활이 향상될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를 건설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계획과 활동은 그늘에서 생활하던 아이티 사람들에게 새로운 파란 내일을 제공할 줄 안다.

아이티 재난 뉴스를 보면서 눈물겹다가 위와 같이 마음을 다스리며 내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생각한다. 그들의 이웃이라고 느끼는 사람, 친구라고 느끼는 사람, 세계인이라고 느끼는 사람의 수효의 많고 적음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한편 아이티 사람들도 깨닫기 바란다. 우리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그리고 부디 다시 힘내어 살기 좋은 나라를 건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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