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를 살리는 가정

2010-01-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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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 (유 패밀리 포커스 대표)

약 2년 전에 멀리 타주에 계신 분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독립해서 사는 자녀가 직장생활 중 마약으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자녀가 동성애자와 동거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 어머니의 목소리는 차분하였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나 역시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다루고 도와드려야 할지 알지 못했다. 단지 우선 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것을 위해 아들의 삶에 대한 비판이나 책망 등은 일체 거두고 가정의 따스함, 부모의 자상한 관심 배려 등을 기본으로 하는, 들어주고 용납해주는 대화를 집중적으로 해주시길 부탁드렸다.

아울러 이것은 길고 어두운 터널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려 드리며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럴 때마다 전화로라도 함께 해드리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전화를 내려놓았다. 신앙이야기만 나오면 귀를 닫으려는 아들, 동성애가 죄라는 것을 이야기만 하면 연락을 몇 달씩 두절하는 아들, 아빠엄마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하는 모든 직, 간접적인 조언에 무조건 연락을 단절해 버리는 거부반응만을 보이는 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밖에 없었다. 그분과 나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 아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같이했다.


그 시간 속에서 수없이 그 어머니는 “포기하고 싶어요. 희망의 조짐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절망적인 마음을 쏟아 놓을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나는 “끝까지 포기하시면 안됩니다” 기도하시고 그리고 마음을 열고 기다리세요. 그리고 아들이 전화하면 진심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주세요”를 수없이 반복했고 그럴 때마다 감사하게도 그분은 다시 힘을 내시고 기도하겠다고 내게 약속해 주셨다. 그러던 중 7,8개월전에 어머니로부터 차분한 전화를 받았다. “전도사님 아무런 변화도 없지만, 포기가 된 건지 마음이 참 편해졌어요’ 그리고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라는 당찬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몇 달 후가 되는 4달 전에 “전도사님 좋은 소식이 있어 전화를 드립니다.”라며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들과 자녀들에게 마음이 쏟아지며 눈물로 기도하는 은혜를 받았다며 주위의 그런 분들과의 교류와 중보기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어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그리고 3달후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들에게는 끔찍한 일이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아들이 독립 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를 방문하게 되었으며 드디어 오랜 인내와 노력으로 기도하며 간절한 사랑의 마음을 열어 보인 부모의 따스한 손끝을 상처와 아픔으로 범벅이 된 아들이 결국 그의 지친 손을 뻗어 잡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 동성애 상대와 결별을 할 수 밖에 없는 법적인 문제를 부모와 함께 풀어나가는 숙제만이 이제 남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 절망 중에 성공하는 부모들을 많이 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내 자식이라는 내 감정에만 충실한 쏟아 붓기 식의 사랑의 방식이 아닌 원망과 정죄와 비난을 기도 속에서 기꺼이 접어버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녀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서 열어주는 인내와 사랑의 법이 존재하는 가정의 본질을 회복한 부모가 자녀를 변화시키고 살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모습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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