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티가 국제정치에 주는 교훈

2010-0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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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카리브해의 작은 섬 아이티의 대지진참사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속에서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각국의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지구공동체의식에 기반한 휴머니즘의 발로라 하겠다. 그 휴머니즘이 진정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남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티는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30년간의 정치부패와 독재로 얼룩진 빈곤국가이다. 대지진 참사를 계기로 미국, 중국, 프랑스, 브라질등 강대국들은 지원과 복구를 빌미로 영향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카리브해의 요충지로서 국제정치학상
아이티가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사실상 무정부나 다름없는 아이티를 선점하고 행정권을 장악하는 것은 현재 미국이다.

한때 식민지로 거느렸던 프랑스나 인접국가로서 복구작업에 적극적인 브라질은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 상당히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아이티 공항 관제권을 확보한 미국이 힐러리 국무장관의 전세기 착륙후 지원물자를 실은 프랑스와 브라질 항공기들에 대해서는 착륙허가를 내주지 않자 거센 항의는 물론 미국의 독선적인 행위에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카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의 진퇴양난과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국가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여 2만병의 파병과 1억달러에 해당하는 복구지원에 나섰다. 이는 아
이티가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인만큼 쿠바와 더불어 반미국가로 전향할 경우 중미에서의 영향력 축소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현 프레벨 대통령이 친미성향이 강하다 하나 미국은 30년 독재정부를 지원하여 반미정서가 뿌리깊은 아이티에 우선권을 차지하며 영향력 강화에 몰두하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 아이티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경제호황으로 북한은 물론 일본과 한국등 동북아에서 관계강화를 통해 입지를 굳힌 중국은 세계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강진발생 직후 대규모의 구조팀과 지원물량을 서둘러 급파하며 아이티 복구에 주도권을 잡고자 한다. 다르프르 대학살의 중심지인 아프리카에도 손을 뻗쳐온 중국이 중남미를 미국과 대적할 세력확장의 축으로 인식한 것이다. 오바마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을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끌 주요 2개국인 G2로 격상시킨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발휘에 더욱 매진하는 것이다.
한국도 국가정책 과정에서 국제적인 마인드가 필요하고 한미동맹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격상되어야 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복구지원은 국제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협조한다는 취지하에 자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브르스 커밍스는 한국전의 원인으로 소련의 세력팽창정책의 일환이라는 기존의 전통이론을 뒤짚어 미국의 공격적인 동북아정책의 산물이라고 분석하여 한때 좌파지식이론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과 유엔참전국들의 파병과 원조는 한국을 동북아의 강국으로 올려놓는 초석이 되었다. 그러므로 미국은 아이티 재건에 관련된 전략적 가치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아이티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이라크전과 아프카니스전을 겪으며 실추된 미국의 리더십이 어느정도 회복될 수 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힘의 논리는 사라져야 한다. 경제부국이 강국이 될 수 있으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등한시 한다면 진정한 리더라 할 수 없다. 미국은 이제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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